▲ 정연정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범위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충청북도 대부분의 지역을 중원문화권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중원문화권을 광역적으로는 충북 대부분의 지역과 경기도와 강원도의 남부권, 경북 북부권까지 포함하는 광역권으로 묶기도 하지만, 그 중심은 중원경과 서원경을 축으로 한 충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충북은 내륙을 관통하는 남한강과 금강 그리고 태백산에서부터 이어지는 백두대간 민족생태공원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동굴과 바위그늘을 중심으로 구석기시대의 생활유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데, 제천 점말동굴, 청원 두루봉동굴, 단양 금굴 등 동굴유적과 제천 명오리, 창내 유적, 단양 수양개 유적, 청원 샘골 유적 등 한데유적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서기 3세기 중엽 이후 충북은 백제의 세력권에 들게 되었으며, 5세기 초에는 남하하는 고구려 세력의 확장에 따라 제천, 단양, 음성, 괴산, 진천지역까지 고구려 세력권에 흡수된 것으로 보이며 청주, 청원 지역을 포함한 도내 남부지역은 삼국의 세력이 각축을 벌이던 중심권역이었다. 그 결과 우리 지역에는 크고 작은 산성들이 많이 남아 전하고 있게 된 것이다. 통일신라 이후 충북은 중원경을 두어 여전히 지방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삼국시대 이래 문화적인 전통이 계속되어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중원 탑평리 7층석탑, 속리산 법주사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련지, 사천왕석등 그리고 충남 연기의 비암사 반가사유석상과 제천출토 금동여래 좌상과 같은 통일신라 후반의 소형금동불 그리고 고려초기의 충주 상모면 미륵리 석불입상과 5층석탑, 청원 계산리 5층석탑, 그리고 청주 용화사 석불군상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고려시대 철제 유적과 관련, 충주 대원사, 백운암 철불좌상, 청주 용두사지철당간을 비롯해 특히 무심천 주변에서 발굴된 금속공예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 사적 315호로 지정된 청주 흥덕사지에서는 고려 우왕3년(1377년) 놋쇠활자로 주조해 인쇄한 직지심체요절이 세간에 알려져 충북의 뛰어난 문화수준을 가늠해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수많은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왠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나마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지역내 문화재에 관한 답사형식의 과제물 제출을 통해 관내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하고 있다. 특정 문화재에 관한 과제물이 내 고장 바로알기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중의 하나라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 해당 문화재에 대한 사전 조사 둘째 문화재가 소재해 있는 현장 및 주변 답사 셋째 답사한 내용을 통해 해당문화재에 관한 현황과 느낌을 포함하는 최종 보고서 작성 등의 순서로 이루어져야 할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간편하고 빠른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부분의 보고서는 손쉽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문화재에 대해 본래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알고 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피상적인 보고서 작성만으로는 장래 이 지역의 문화를 선도하고 지켜나갈 미래세대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문화적 감각을 심어주기 어렵다.

지역별로 역사교사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참에 학교에도 박물관이나 행정기관에 있는 학예연구사 제도를 확대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다소 무모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니면 현실적으로 도내 수많은 문화유적지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문화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문화해설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정연정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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