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석 / 청주문화원장
청주·청원이 요즘 소리 없이 분주하다. 도·농간 통합 여부를 놓고 논의와 담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은 하나다. 통합만이 상생의 길이다. 가느다란 회초리는 작은 힘만 가해도 부러지지만, 두 개, 다섯 개, 열 개가 묶이면 쉬 부러지지 않는다.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진부한 인용이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독립의 역군으로서 할일을 다하고 조국에 환국하면서 사자후를 토한 제일성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다. 지금 우리에게 썩 어울리는 격언이다.

수도권의 오만한 이기심이 패권주의로까지 치닫고 있는 오늘의 실정이 우리의 통합을 더욱 절실케 하고 있다. 청원·청주 모두 무아의 경지에서 상생의 도를 실천할 때다.

청원과 청주는 원래 하나였다. 그 옛날 삼한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하나의 고향에서 하나의 하늘을 호흡하면서 살아온 살가운 피붙이였다. 그런데 왜 분리되었는가? 일제의 야욕이 분리의 단서다. 한일합방 즈음, 일제는 지역 정서의 교란과 민심 이반을 목적으로 청주군의 분리 획책을 꾀했다. 이를 간과한 해방 정국에서는 청주읍을 부로 승격하면서 청주군을 청원군으로 개칭했다. 그리고 1949년 8월15일 지방 자치법에 의해 우리 정부에서도 청주시로 개칭, 설치됨에 따라 청주군을 나눠 청원군으로 분리시키면서 굳어져 온 내력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나눠진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 당시의 시대의 흐름이거나 정치적 의도에 순응한 결과가 오늘의 청원·청주의 이산으로 굳은 것이다. 서로 남남으로 흩어져 살면서 겪은 아픔과 저해 받은 발전적 손상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함께 살던 옛 집을 수리하고 화합 일치, 공생공영의 활로를 힘차게 열어가야 한다. 그리고 청원군은 빼앗긴 옛 이름을 다시 되찾아 회복해야 한다.

고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청원군민 중에 청주에 모교를 두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모교가 있는 곳이 고향 아닌가? 내 고향 땅이 나를 낳았다면, 모교는 나를 길러주지 않았는가? 나의 정신과 능력을 인간답게 길러준 모교, 그 도량을 저버릴 수 없다면 가슴에 품어야 하지 않겠는가? 청원·청주는 그래서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확신을 더욱 굳게 한다. 더 시간이 늦기 전에 한 지붕 한 가족으로 다시 뭉쳐 우리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

사실 청원·청주가 하나의 행정 구역으로 합치게 되면 잃는 것은 없고 얻는 것은 부지기수다.

영호남과 구별되는 청주의 문화를 보다 활력 있게 가꿔 나갈 수 있다. 청주·청원은 문화적 이질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굳건한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문화 영역은 현재의 청주에 국한되지 않고 청원군 전체는 물론 더 나아가 충남의 일부, 증평 괴산 진천 보은 지역까지 아우르는 광역의 문화권이다. 이 지역을 모두 망라해 청주 문화로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청원-청주의 문화 예술계가 융합되어 이를 통한 상승효과까지 수렴된다면 청주 문화는 획기적으로 발전해 한반도 중부권의 문화 수도로까지 발전을 꾀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문화가 강한 지역이 선진 지역이고, 문화가 찬란한 민족만이 강대국이 될 수 있다. 군사력은 후진국의 안간힘이지만 문화의 힘은 선진국으로 가는 최고 최선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미 도농 통합으로 지역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룩한 가까운 천안 등지를 보면서 우리는 가슴을 적시는 통한의 아픔을 느껴 왔다.

이제라도 늦지는 않았다. 청주시의 오만과 청원군의 욕심은 이제 통합 도시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땅에 묻고 청주의 불빛을 청원군에 비추고 청원의 무한한 가능성을 청주와 더불어 함으로써 상생 공영하는 우리의 지도를 힘차게 그려 가야 하겠다.

장현석 / 청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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