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호 /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지부 내과전문의
의학 및 건강검진시스템 발달 등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1974년 60세였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97년 70세, 2008년에는 78세로 늘었고 2050년경에는 평균수명이 100세에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다 보니 성인병의 대표격인 고혈압도 빠르게 늘고 있고, 우리나라 성인 4명중 1명이 고혈압 환자고 매년 8명중 1명이 고혈압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처럼 고혈압은 흔한 질환이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돼 치료를 주저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더구나 환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고혈압에 대한 여러 오해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

최근 국내 한 제약회사가 고혈압 진료 내과의사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고혈압에 대한 환자들의 오해를 조사했다. 항목을 보면, 증상이 없으면 고혈압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30.3%), 약물 복용후 정상 혈압이 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28.2%), 목이 뻣뻣한 것은 고혈압 때문이다(14.1%),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 (16.9%), 젊었을 때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2.8%) 등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증상이 없으면 고혈압은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고혈압 환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증상이 없음에도 혈압조절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장기간 고혈압에 노출되면 동맥경화증이 빠르게 진행되고 심부전이나 신장기능 손상 등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고혈압 치료는 치료개념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합병증에 대한 예방의 의미가 더 크다.

약물 복용 후 정상혈압이 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약을 끊고 먹지 않아도 상당기간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수개월 이내에 다시 혈압이 올라간다. 단순히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하지 말고 약을 먹으면 혈압만 정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고 뇌와 심장 등의 중요한 장기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목이 뻣뻣한 것은 고혈압 때문이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뒷목이 뻣뻣해지며 고혈압인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고혈압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의 경직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간혹 고혈압으로 뒷목이 뻣뻣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갑자기 혈압이 치솟거나 심한 고혈압일 때 가능한 경우며 일반적 고혈압 증상으로 볼 수 없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성적인 저혈압이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 저혈압이 위험하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는 심한 출혈이 있거나 심각한 심장기능 저하 등이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의 저혈압 쇼크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응급상황에 의한 저혈압이 아니라면 평소 지속적인 운동 및 식이요법 등으로 약물치료 없이 저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

젊었을때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고혈압환자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치료하지 않는다면 동맥경화나 심장병 등의 합병증이 더 오랫동안 진행될 수 있고 성인병에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혈압약에 대한 오해로, 발기부전이나 위장장애 등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혈압약 먹기를 꺼리는 환자가 많다. 최근에는 작은 알약 하나로 혈압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당뇨병, 심부전, 동맥경화 등 다른 질환까지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5월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2005년 제정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고혈압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민호 /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지부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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