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아빠가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책을 보고, 엄마가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면 아빠가 책을 봐요."

이 이야기는 우리의 자녀들이 노래방에서 본 가족의 모습을 빗대어 한 말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실상은 배우자간의 무관심만 확인하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8년 한해 32만7천700쌍이 혼인을 했고, 이혼은 혼인의 40% 수준인 11만6천500쌍으로 하루에 320쌍이 이혼을 하는 세상이다.

이것도 그나마 이혼숙려제 도입으로 인한 신고 공백 때문이라고 하니 실제 이혼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국에 TV에서는 불륜 소재의 막장드라마가 끊이질 않고, 연일 가족을 버리라고 외쳐대고 있다.

과거 대가족제도에서의 결혼이 가족을 형성하는 사회제도적 개념이였다면, 핵가족시대에서의 결혼은 부부 두사람이 서로간에 필요한 욕구를 채워주는 관계(Relationship)의 개념이 더 강하다. 따라서 배우자와의 정서적 의사소통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남성들은 대화의 방법을 제대로 교육, 훈련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더욱이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언어능력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 뉴욕대 캐리머커스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여성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을 잘 때까지 하루에 약 6천단어를 소화해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남성은 하루에 2천 단어를 소비하면 곧바로 피곤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왔는데 집에 오면 날 좀 편하게 못해주나' 대다수 남편들의 생각을 대변해 주는 말일 것이다.

부부의 이혼 사유 중 성격차이가 거의 50%를 육박한다고 하는데 그 내면에 감춰진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 대화의 부족이 아닌가 싶다.

이제 한발짝 다가가서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조물주가 인간의 입은 하나, 귀는 둘로 만든 이유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는 뜻이다.

그럴러면 귀뿐만 아니라, 눈을 기울이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당신 맘이 많이 상했겠구나"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자. 우리 아내가 바라는 대화는 일상적인 말이 아니다. 가슴을 열고 하는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것이다.

아니면, 가족끼리 재미난 개그프로라도 같이 보자. 그래서 아내들이 불륜, 패륜의 드라마, 소위말해서 '막장드라마' 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자.

그리고 부부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려는데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 그리고 가족의 목표는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공동의 목표는 일체감을 갖게 해서 가정의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는 버팀목이 되게 한다.

아울러 배우자가 좋아하고 배우자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도록 노력해보자. 부부가 서로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그 두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을 저축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오늘 나의 부부관계가 서로를 인정하고 조화롭게 사는 행복한 부부인지, 단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조용한 부부인지, 갈등이 심한 위태위태한 부부인지, 아니면 그냥 될대로 되라 식의 자포자기형 부부인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주용성 /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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