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문화특화거리에도 내셔널트러스트를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초등학교를 잇는 거리는 요즘 직지문화특화거리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쉼터 기능을 하는 소공원과 가로등, 가드레일 등 눈에 보이는 몇몇 설치물 여기저기에 직지라는 글자만 눈에 보일 뿐 과연 직지문화특화거리의 제 기능을 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

청주시에 따르면 직지문화특화거리 및 광장조성공사는 지난 3월 13일부터 시작해 9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이번달초 이곳을 지났을 때는 이미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차례로 형상화한 가드레일 겸 철제 울타리가 설치를 끝낸 상태였으며 마치 글자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듯 정교하지 못한 느낌으로 한자 '直指'라는 글자을 새겨 오려놓은 듯한 느낌의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또 흥덕초등학교 정문 좌측에서 고인쇄박물관까지 거리에는 작은 규모의 휴게 시설 혹은 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공사가 진행된지 3개월이 지났고 앞으로 남은 기간도 3개월밖에 없는데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설치물을 보면 우려를 감출 수 없었다. 앞으로 3개월이라는 기간동안에는 공원 조성만 해도 벅찰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문화거리라고 하면 다양한 문화 행위들이 한 장소에서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특정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거나 인위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청주고인쇄박물관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지문화특화거리는 온통 직지라는 글자로 도배된 설치물들 이외에는 문화를 형성하거나 체험하거나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직지문화특화거리에 가면 언제나 직접 직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또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인간문화재를 만나고, 다양한 직지관련 문화 상품들이 거리에서 판매되길 바라는 것은 허왕된 꿈일까.

인쇄출판의 고장을 내세우고 있는 청주이기 때문에 직지문화특화거리에는 헌책방이나 항상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러한 것들은 단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한 듯 보인다. 청주시는 이곳에 직지문화특화거리와 광장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시는 이미 청소년 광장도 만들었지만 주변 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주변 환경이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장을 조성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주고인쇄박물관 일원 4천㎡의 부지에 조성되는 직지문화특화거리와 광장 조성사업에는 10억2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고 한다.

하지만 담장을 바꾸고 금속활자 주조를 상징하는 쇳물 형상의 계류시설과 휴게시설을 조성하고 직지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또 훼손되는 것들이다.

얼마전 청주에서는 원흥이생태공원이 내셔널 트러스터 1호가 됐다고 한다.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은 자연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유산도 마찬가지이다.

청주시가 정말 흥덕사지 인근거리를 직지문화특화거리로 조성하고자 한다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 보다 10년 길게는 20년을 내다보고 기금을 조성하고 또 확보된 예산으로 인근 부지를 구입하며 직지문화가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주시는 직지문화특화거리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설치물마다 여기저기 새겨넣은 직지라는 글자가 오히려 직지를 홍보하기 보다 도시의 공해처럼 느껴진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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