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료 말만 믿고 피의자 일관된 항변 묵살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에 사는 강모(56)씨는 얼마 전 겪은 억울한 일 때문에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강 씨는 지난 4일 새벽 동료 신모(46)씨가 집으로 찾아와 해장국을 먹고 함께 일 하러가자는 말에 신 씨의 승합차를 타고 자신의 집을 나섰다.

집을 나와 얼마 후 옆에서 운전을 하던 신 씨는 갑자기 차를 세우고 "형님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차 열쇠를 뽑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강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차에서 내려 신 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경찰관이 다가와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운전을 하지 않은 신 씨가 사정 이야기를 했으나 단속 경찰관은 차량운전석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다며 음주측정에 응할것을 요구했다. 강 씨는 어쩔 수 없이 음주측정을 했고 전 날 먹은 술 때문에 수치는 0.095%가 나왔다. 강 씨는 재차 전후 사정을 설명했고 자신은 56년간 운전대 한번 잡아 본 적이 없으니 운전대에서 지문을 채취해 확인을 해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운전석에서 내리는 강 씨를 봤다는 동료 경찰관의 말만 믿고 강 씨를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로 연행했다.

강 씨의 억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관할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강 씨는 '면허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느냐'며 수차례 항변을 했고 경찰관에게 실제 운전한 신 씨와 전화통화도 3차례나 연결해 주었다. 하지만 경찰은 강 씨의 항변을 묵살했다.

결국 신 씨는 다음 날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으나 경찰의 행태는 지구대와 다를 바 없었다. 강 씨는 차량이 운행한 지역의 CCTV 확인과 차량소유주가 신 씨에게 차량을 빌려줬다는 사실 확인, 운전석의 지문채취, 실제 운전한 신 씨에 대한 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직원이 운전한 사실을 목격했으니 경찰서에서는 조사할 내용이 없고 검찰에서 얘기하라'며 강 씨를 되돌려 보냈다.

너무나도 억울한 강 씨는 결국 이의 신청서와 탄원서까지 작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찰은 뒤늦게 이 사건과 관련 지난 9일 강 씨가 실제 운전했다고 지목한 신 씨에 대해 조사를 벌여 지난 4일 새벽에 '자신이 운전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단속 경찰관이 목격 사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관련자 진술의 진위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신 씨에 대한 음주운전 혐의는 음주측정을 하지 못해 적용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단속 현장에서 강 씨가 운전석에서 내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경찰관은 "강 씨가 운전석에서 내리는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정확히 봤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강 씨의 요구대로 거짓말 탐지기 반응 조사를 할 예정이며 관련자인 강 씨, 신 씨 그리고 단속경찰관과 함께 현장을 재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설움이 이렇게까지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될지는 몰랐다. 작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조차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면 불량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불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점검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 하물며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사건조사의 시작부터 불량이 발생했는데 동료 경찰관의 말만 믿고 다른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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