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E 세상

폐결핵 요양중 솔잎향기에 빠지다

연필 끝에 지우개를 덧붙여 상품화해 보자는, 어찌 보면 하찮기까지 보이는 이 발상은 세계적인 발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이제까지의 물품에 간단한 더하기를 해 보는 것은 기초적이면서도 성공확률이 높은 발명의 첫걸음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이나 인삼 등을 더한 특수 미용 비누는 사실 미국 등지에서는 40여 년 전에 만들어져 '비누 업계의 혁명'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기존의 비누에 솔잎의 향기를 첨가해 만든 '솔잎비누'이다. 이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 버몬트 주의 벌리판이라는 사람이었다. 벌리판은 비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인기 만담가였다.

▲ 삽화: 김민재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벌리판은 무대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 동안 앓던 폐결핵이 악화된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폐결핵은 불치병에 가까웠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과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요양 치료에 들어갔다. 그가 찾은 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골 마을로 공기가 좋은 곳이었다.

그는 여기서 본격적인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번잡한 도시 속에서 탁한 공기에 시달려 온 벌리판으로서는 솔잎 향기 그윽한 산골 마을이 천국이었다.

'솔잎 향기가 이처럼 상쾌할 줄은 미처 몰랐어.'

솔잎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소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즐길 때마다 벌리판은 그 향기에 감탄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돼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솔잎 향기에 대한 고마움도 품게 되었다. 도시로 돌아온 벌리판은 만담을 다시 시작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솔잎 향기! 이것이라면 도시인에게 나의 만담보다 더 큰 활력소가 될 것이 틀림없어. 솔잎 향기의 장점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는 없을까?'

벌리판은 며칠 동안 골똘히 생각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거야!'

하루의 일을 마치고 손을 씻던 벌리판은 순간적으로 솔잎비누를 생각해 냈다.

얼마 후, 솔잎비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가 만든 비누는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기존의 비누 만드는 방법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솔잎에서 뽑아 낸 솔잎 즙을 비누에 첨가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남짓 지났을 때는 '벌리판의 솔잎비누를 모른다면 미국 사람이 아니다'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가 되었다. 벌리판은 솔잎비누 하나로 신화를 이뤘던 것이다.

왕연중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 겸임교수

# 발명가가 되는 길

- 머리는 쓸수록 좋아진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까? 물론 육체적 한계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 활동에는 한계가 없다.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생각만 한다고 머리가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듯이, 두뇌를 훈련하고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데에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우선 모든 것을 분석하고 사용할 용도를 생각해 보라.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상관없다. 한 개의 못이나 분필, 신문지 한 장이라도 꼼꼼히 살펴보자. 여러 위대한 발명품들은 이 같은 꼼꼼하게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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