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청주를 내려왔다. 늘 다니는 관광지들인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내게 친구들은 대통령 별장을 가보자고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싶어서 요금을 확인하고 주변 식당을 물색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양성산을 다녀오자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서울에서 온 친구가 두 명뿐이라 좋은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청남대는 외지인뿐 아니라 충북도민에게도 똑같은 요금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 1명의 입장료가 5천원이니까 결국 우리 일행은 청주에 있는 친구들까지 포함해 입장료로만 5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서울에서 온 친구는 “충북에 사는 사람들은 청남대 안 와본 사람이 없을 텐데 그러면 올 때 마다 요금을 똑같이 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실 청남대가 처음 개방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와 본적은 있지만 두 번씩 방문한 적은 없어서 입장료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친구는 “제주도는 도민들이 관광지를 들어갈 때 할인을 해준다는 데 충북은 그런 게 없냐”는 말도 했다.

생각해보니 친구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 청남대에 아주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한 한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다시 가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청남대가 우선 도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5천원이라는 돈을 매번 지불하면서 까지 주말마다 그곳을 찾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었다.

청주에 사는 또 다른 친구는 “입장료도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한 가족이 보통 3명 이상이라고 할 때 1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선택할 만큼 청남대의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는 “대통령 별장이었다면 적어도 세계의 대통령들은 어떻게 쉬는지, 세계 대통령의 별장은 어떤 곳에 있는지 정도의 정보는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시물이 과거에 머물러 있고 현재를 조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남대의 자연경관이 빼어나지 않냐, 그곳에는 야생화도 많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니 또 다른 친구는 “꽃과 나무는 가까운 수목원에 가도 볼 수 있다”며 청남대의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친구들은 청남대의 입장료를 2천원에서 3천원으로 낮춰야 한다거나 아니면 도민들에게는 할인혜택을 줘서 부담 없이 자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전용버스를 이용해 문의에서 들어가면 좋은 경치를 느낄 수가 없다면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처럼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결국 양성산 산행을 택했지만 짧은 순간 이뤄진 우리들의 대화는 ‘전국적 명소 청남대’가 ‘지역민의 편안한 휴양지’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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