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김재식 / 저산교회 담임목사
한해의 후반기를 시작하며 중학교 동창과 함께 우암산 근처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신학대학 후배를 방문했다. 교회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었던 뒤주를 성찬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후배는 육의 양식을 담는 뒤주이기에 영의 양식을 공급해 주는 성찬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공간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형성된 교회의 모습 에서 생전 산과 들을 거니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그가 전했던 복음(福音)에 대한 열정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우암산과 어우러진 교회와 대안학교, 커피숍, 갤러리. 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독특한 공간으로 각인 되어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를 목도하고 있던 나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서로 중보기도를 해주었다. 기도소리가 교회 안에 가득 넘치면서 마치 내 귓가에 하나님의 은혜로운 응답처럼 들렸다.

기도 후에 커피숍으로 이동한 우리는 다양한 주제로 심도있는 토론과 소망의 대화를 나누었다. 가슴을 행복으로 적셔주는 우정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이미 은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 날 모임을 마치고 나는 우암산 등산을 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산행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먹바위'라 불리던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 틈바구니에서 숨바꼭질, 병정놀이를 즐겨하며 놀았던 그 곳이 바로 우암산이다.

아무런 방해물 없이 홀로 걷는 산행 길에서 나는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며, 그 길에서 많은 생각을 하자 내 가슴에 큰 하늘의 위로가 다가왔다. 힘든 고비의 산행 길마다 잘 만들어진 휴식공간은 누군가를 향해 배려해 주는 따뜻한 손길처럼 느껴졌고 한결 행복한 산행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순간에 마셨던 우암산 약수는 너무나 달고 시원했다. 산행 중 마신 우암산 약수는 마치 고난 중 찾아오는 작은 위로처럼 느껴지면서 성경말씀을 떠오르게 했다.

"먼 땅에서 오는 좋은 기별은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와 같으니라"는 잠언 25:25절 말씀처럼 나는 앞으로 걸어가야할 한해의 후반기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전해질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보았다.

하산할 때 "따-악", "따-악"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국궁장에선 활쏘기가 한창이었다. 차분함과 평정심, 정신집중이 필요한 활쏘기 모습을 바라보며 올 후반기에는 나도 모든 일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학적인 용어인 '과녁을 벗어난 화살'이란 뜻을 지닌 '하마르티아(hamartia)'를 떠올리며 지나간 수많은 일들의 시시비비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매일 새벽과 저녁마다 드리는 기도시간에 하마르티아 인생의 아픔과 치유를 묵상하며 주님 안에서 빚어지는 성공인생을 소망하는 사랑을, 지속하는 믿음의 산책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피조물로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고 감격하고 사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늘 우리의 삶 속에 시원한 냉수같은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하며 올 후반기에도 원하는 목표를 향해 올곧게 나아가고 싶다. 또한 기도하는 것마다 온전히 이루어지는 결실의 시간들이 되도록 서로 서로를 주님 안에서 격려하고 싶다.

김재식 / 저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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