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교수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주장하는 인구의 법칙은 간단하다. 식량이 늘어나는 비율에 비해 인구가 늘어나는 비율이 너무 커서 사회는 기아(飢餓)에 허덕이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의 주장은 2백년 후(1998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대9라고 예측했다.

물론 빗나갔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예를 들 수는 있겠지만 그가 정칟사회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의 타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보여 진다.

맬서스의 인구론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은 한국 경제의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는 결정요인이 바로 인구 문제이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한국은 경제적으로 암울한 시기였다. 당시 정권의 가장 큰 화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절미(節米)정책, 산아제한 정책, 다수확 볍씨개발 등 이었다. 학생들은 반드시 보리와 섞어서 도시락을 싸야했고,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 앞에 산아제한이라는 정책이 시도됐다. 한편으로는 다수확을 위한 생산시스템도 연구되어 통일벼 육종의 성공도 가져왔다.

과거의 정책이 그랬다.

그렇다면 30년이 지난 현재 절미정책, 통일벼 육종개발, 산아제한정책 결과를 보자. 먹고 살만해졌으니 모든 정책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산아제한정책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다. 한국의 산아제한정책이 맬서스의 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단순 시스템적 사고에서 기인한 매우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미래 경제를 예측하기 위하여 과거 또는 현재의 정책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30년 전 한국의 기아를 퇴치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주장했던 산아제한정책의 역효과가 지금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1990년대부터 한국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 한국의 미래경제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래학자 피커 드러커의 경제 의식의 1차적 관심은 부(富)의 생산이지 분배가 아니었다. 그는 부의 생산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운운했고, 기업가에게서 창조적 정신을 요구했다. 창조의 정신은 곧 지식인이었다. 결정적 생산요소를 토지, 자본, 노동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지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래 한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

바로 인재, 리더의 육성과 관련된 교육정책이다. 저술가 존 나이스빗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적 측면에서의 미래 국가의 위상이 매우 작아질지라도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 리더(Leader)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이미 도래 했다.

최근 30년간의 공교육과 사교육의 정책이 생산을 늘리는 정책인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인지, 그리고 정책의 영향력이 단기적으로 끝날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30년 후의 한국 경제에 가장 영향을 주게 될 정책은 교육정책이다. 자칫 잘못하면 30년 후에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교육정책의 가장 문제점을 교육제한으로 본다. 사회정의 차원에서 교육기회균등도 필요하고,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는 정책도 필요하고,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업과목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육을 제한하는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서는 과연 3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리더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오상영 /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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