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 사회부 부국장
요즘 '착한기업'이 대세다. 수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재벌기업 회장이 기름띠가 검게 뒤덮인 충남 태안의 해변에서 얼굴에 기름을 묻혀가며 바위와 자갈을 닦고 일류 통신업체 엘리트직원들은 시골분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켜주거나 함께 놀아준다.

연말연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기념사진을 찍는것은 옛날 얘기다. 이제는 기업마다 더 인간적이고 더 따뜻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직원채용에도 사회봉사경력이 큰 이점이 되고 있다.

'착한기업이 성공한다'는 제목의 베스트셀러는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구루이자 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일류 기업들은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것에 주목했다. 앞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올바로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성장은 커녕 생존하는 것조차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착한기업'의 요건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대전제아래 실행되는 각종 사회참여 사업들이 지역사회의 복지 증진과 문제 개선에 기여하고 기업의 실제적인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착한기업'은 이처럼 시대적인 현상을 반영하는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착한 기업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클라우스 베르너와 기업전문가인 한스 바이스가 공동으로 저술한 '나쁜기업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있는가' 라는 책이 이를 말해준다.

이책은 친소비자적인 기업들중에는 몹시 '나쁜기업'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국적기업들이 왜 나쁜지를 객관적인 통계와 자료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우리생활속에 깊숙히 파고들어 우리 삶을 은밀히 지배하고 있는 나쁜기업들이 알고보면 지역발전에 역행하고 비인간적인 노동력착취와 환경파괴를 통해 무시무시한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나쁜기업'은 먼곳에 있지않다.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홈플러스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나쁜기업,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라는 책에선 삼성전자가 포함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적어도 삼성전자는 홈플러스에 비해선 너무도 '착한기업'이다.

홈플러스의 마케팅 전략에는 '적자생존'과 '정글의 법칙'이라는 천민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논리가 드러난다. 청주같은 중소도시에 3곳의 대형마트를 출점시킨것도 모자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SSM(슈퍼슈퍼마켓)을 통해 뒷골목까지 유통망을 거미줄처럼 깔려고 하고 있다. 아예 지역유통시장을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명절에도 쉬지않고 일하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중소슈퍼마켓 점주들이 문을 닫고 항의집회를 여는가 하면 사업자등록증까지 반납해도 홈플러스는 그들을 몰아낼 궁리만 하고있다. 영세상인들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고 지역의 자금을 불랙홀처럼 빨아들여 지역경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대화는 커녕 만약 제도적으로 규제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왜 '나쁜기업'인지 시민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이웃과 사회에 대한 배려는 상생의 첫걸음이자 기업과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나쁜기업'이 되지말라고 기업체에게 호소하는것도 한계가 있다. 소비주체인 지역주민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과 이웃을 생각하는 윤리적이고 공동체적인 소비자야 말로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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