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의 교육프로그램에서 "부진아 문제에 대해서 교사들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부진아가 있어도 교사들이 숨기는 것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부진아의 기준이 애매한 점도 있겠지만 근래에 어느 교육청에서는 부진아 1인당 20만원인가 하는 비용으로 심리 검사를 하여 그 결과에 맞는 처방 지도를 해서 구제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다. 언젠가 부진아 지도용 영상 자료가 개발되었다고 하더니 얼마나 이용되다가 쓰레기가 되었을까?

폭군을 연상시키던 교장이 나에게 "부진아를 책임지라"고 하기에 나는 "아무리 가르쳐도 금방 잊어버리는데 그런 책임을 지겠다는 건 거짓말 하는 것이니까 솔직히 못하겠다" 고 대답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선배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한 말은 "그럴 땐 '예, 하겠습니다'라고 말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으니 이실직고(以實直告)는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하의상달(下意上達), 상의하달(上意下達)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라는 노래가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우선 밀어붙여보는 것이 행정이어서 교사들에게 무리한 지시를 내리고 교사들은 요령껏 보고하면 교육청에서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 받아주기도 했다고 어떤 분이 정직하게 말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는 안 되는 걸 되었다고 거짓말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2층에 올라가기 어렵다면 3층, 4층은 더 어렵듯이(3층 이상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예외)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력 부진 학생이 늘어가는 건 당연하다. 부진아를 구제한다는 것은 2층에도 올라가기 어려운데 더 높은 층에 올라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을 전에는 그 방법을 몰라서, 자료가 없어서, 교사들이 게을러서 못했을까? 부진아 문제에 대해서 "이게 뭐냐?"는 식으로 방송에서 말한 교육학 박사는 머리 좋은 분이니까 '내 배 부르면 남의 배고픈 사정 알 바 아니듯' 현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4학년 교실에 학력이 1학년 수준도 안 되는 아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그런 아이를 방치하다니 선생이 성의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는 가르친다는 것을 목욕시키기 정도로 알았을까?

4학년 교실에는 1, 2, 3학년 각각의 수준이 겨우 되는 아이도 있고 안 되는 아이도 있다. '두 토끼를 쫓다가는 한 토끼도 못 잡는다'는데 선생은 몇 토끼를 쫓아가서 모두 잡는 재주가 있어야 하는가? 한 교실에서 한 교사가 수준별 학습지도를 하는 것이 개선된 수업 방식이라니 탁상이론으로는 가능할 것이었다.

1일 명예교사가 되었던, 한 어머니가 "이렇게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다루는 선생님들이 위대해 보인다" 고 말한 것은 농담이겠지만 높으신 분들, 1일 명예교사가 되어 본 적이 있다 해도 참관자가 있는 공개 수업을 했다면 진면목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지역적 차이나 다른 여건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참관자들을 의식해서 본성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병이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서 학력이 떨어진 학생은 부진아가 아니어서 만회가 문제없다.

'토끼와 거북' 이야기의 거북 같은 학생이 있다면 부진아가 될 리가 없다. 부진아 문제 해결 방법은 유급 뿐일 것인데 한두 학년 내려가서 그 학년 과정은 문제없이 따라가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투명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었다지만 더 정직하게 하자. 조화(造花)나 심청의 거짓말 같은 것까지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공교육의 내실화는 정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이창덕 /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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