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박스·냉장고…대부분 생활쓰레

여름 장마는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됐던 대청호의 가뭄을 해갈시켜줬지만 기쁨도 잠시, 호수를 가득 채운 부유물과의 전쟁은 새로운 과제로 다가왔다.

올해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양만 1만2천톤으로, 이는 다른 해보다 3배나 많은 것으로 나뭇가지에서 음료수 병, 아이스박스, 큰 냉장고까지 대청호가 식수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문제는 쓰레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생활쓰레기라는 점이다.

관광객과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산 속이나 풀 섶에 있다가 장마에 쓸려내려온 것이다.

매년 피해가 반복되다보니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은 부유물 차단망을 쳐놓고 쓰레기 유출을 막고 있다.

관리단에 따르면 쓰레기 차단망은 댐에서 33km 상류에 설치되어 있으며, 쓰레기를 조기 수거해 수질오염과 어류, 어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목적이 있다.

이번 장마로 20여일 동안 치운 쓰레기 양은 8천여톤에 달하며, 이는 하루에 덤프트럭 200대 이상의 부유물을 제거한 것으로 대청호관리소는 전했다.

특히 쓰레기를 치우는 20일 이외에도 분리해서 치우는 데만 두 달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청호 쓰레기 처리를 위한 비용은 쓰레기 치우는 비용 3억원을 포함해 약 7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추소리에는 석호리에서 한 번 걸러진 쓰레기들이 유입되고 있었고, 쓰레기 양은 적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뗏목을 타고 수작업으로 작은 쓰레기들을 일일이 건져내고 있었다.

또한 동이면은 휴가철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취사용품과 생활 쓰레기들이 특히 많은 곳으로 마을 주민들은 일일이 숨어 있는 쓰레기들을 찾아내느라 진땀을 뺀다.

올해 대청호에는 1만2천여톤의 양심이 버려졌다. 대청호를 찾은 관광객들이 버린 양심은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고통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식수원을 살리기 위해 보이지 않은 땀방울을 마다하지 않았다.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 그리고 양심을 청소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까지 식수원 대청호가 버려진 양심으로 매년 몸살을 앓고 있다. / 최성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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