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도 교육위원

세계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美하버드대. 그곳에서 몇 년 전부터 가장 인기 있는 강의가 '탈 벤-샤하르' 교수의 '행복학'강의라고 한다. 수강생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를 물으며 시작하는 그의 강의는, 8시간 이상 자고 오라는 과제가 주어지는가 하면, 강의도중 명상시간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그 학교의 학풍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이 전교생의 1/5이 넘을 만큼 인기를 끌고, 수강 후 삶이 변했다는 학생들도 많을 만큼 강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강의내용을 묶은 책 '해피어(Happier)'를 보면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는 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허덕이는 '스터디 홀릭'들에게 자성의 계기를 줄 만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세계최고 공부벌레'들에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까? 그에 관한 두 개의 리포트가 있어 주목을 끈다.

캐나다 맥길대 헨리 민츠버그 교수가, 1990년 하버드경영대 석사과정(MBA)을 우수하게 졸업한 19명의 '졸업 후 행로'를 추적했더니, 그 중 10명은 완전히 실패하고 4명은 그저 그랬으며, 단지 5명만이 '잘 나가고' 있더라고 한다.

하버드의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리포트는 더 충격적이다. '1937년 하버드대 2학년이던 학생 268명의 인생추적보고서'에 따르면, 그들 중 1/3가량에게 정신질환 병력이 있고, 졸업 후의 삶은 대학 간판이나 성적이 아닌 평범하고 안정된 심신관리에 달려 있더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하버드 엘리트라는 껍데기 아래 고통 받는 심장이 있었다"는 표현으로 공부벌레 인생들의 실상을 전한다.

'해피어'에서 샤하르 교수는 인간 삶의 유형을 4가지 햄버거에 빗대어 설명한다.

첫째, 당장은 맛있지만 나중에는 건강을 해칠 정크푸드 햄버거. 현재의 즐거움만 찾는 쾌락주의자들의 삶을 이렇게 빗댔다. 둘째, 맛은 없지만 건강에 좋을 야채 햄버거. 성취주의자들의 삶을 이에 비유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유형이다. 셋째, 맛도 없고 건강도 해치는 최악의 햄버거. 허무주의자들의 삶을 이렇게 보았다. 의욕도, 현재의 즐거움도, 앞으로의 목적의식도 없는 삶. 넷째, 당장 맛도 좋고 후에 건강에도 좋은 이상적인 햄버거. 행복주의자들의 경우다.

행복주의자란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의 행복도 준비하는 이다. 단칸 셋방살이에도 행복해 하면서, '내 집 마련 적금'을 부으며 설렐 줄도 안다. 성취주의자들은 행복을 머리로 계산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가슴으로 느낀다.

우리 주변에도 가장 흔한 것이 둘째 유형이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채 미래의 성공을 좇는 성취~성장주의자들. 이들은 학생 때는 성적에, 직장에선 성과에 올인한다. 그리고 끝없이 부와 지위와 명예를 탐한다. 집착하는 욕망이 끝이 없기에 행복은 늘 미래형 신기루다.

샤하르는 이들에게 욕심도 비우고 물욕도 초월해 살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은 현재형'이니 결과보다 과정자체에 의미를 두고 즐기라고 권한다.

성장주의에 몰입해온 이명박 정부가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살피겠다고 한다. 갸우뚱거려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 지표들 속에 교육이 들어있는 것은 퍽 다행이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성취지향 일변도'인 학교교육의 방향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듯하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당장 행복한지 어떤지부터….

해서, 아이들에게도 이젠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은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하기보다 "오늘이 너무 행복해 내일도 기다려지도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학부모와 교사들도 더불어 행복해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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