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사회부 부국장

청주시청과 청원군청은 직선거리로 1.5㎞내에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가도 두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심리적인 거리는 서울과 부산 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적어도 남상우시장과 김재욱 군수의 거리감은 그렇다.

그렇다면 지역주민들은 어떨까. 찬성율이 80%를 상회하는 청주시민들은 그렇다치고 청원군민들의 마음은 주민투표를 하기전까지는 모른다.

지난 2005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0%를 넘었지만 실제 주민투표에서는 막상 투표함을 열자 반대가 53%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전과 확실히 다르다. 우선 MB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막대한 인센티브와 솔깃한 홍보전략으로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경기도와 부산, 전북에서도 통합을 서두르려는 기초자치단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주·청원도 이런 추세에 따라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사실 통합에 대한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남 시장의 통합제의와 행정조직 개편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맞물리긴 했지만 통합논의는 80년대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던 뜨거운 현안이었다.

우선 청주·청원은 60년전만해도 '청주군' 이라는 동일한 행정구역에 뿌리가 같은 생활권이었다. 여기에 청원군이 청주시를 둘러싼 '도너츠형 구조'가 말해주듯이 발전과 갈등이라는 엇갈린 숙명을 안고 있었다.

중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려면 청주·청원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동반자적인 발전가능성이 있지만 한편으론 쓰레기매립장과 화장장 등 혐오시설문제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인근 대전시와 천안시와의 경쟁관계도 통합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미 인구 150여만명의 대전시는 중부권 최대도시로 도약했으며 천안시는 지난 1995년 천안군과 통합된 이후 고속전철역 준공, 수도권경전철 운행, 아산탕정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몇년새 청주시를 위협할 만큼 시세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합은 청원군민들의 의사에 달려있다. 아무리 정부에서 통합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하고 남 시장이 통합에 올인하더라도 통합은 청원군민들의 손에 좌우되는 것이다.

물론 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주민투표권자 총 수의 1/50 이상(청원군 기준) 주민연서로 통합건의를 접수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양쪽 지방의회가 모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한 채 통합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식으로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정부가 원한다고 해도 그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리대로 한다면 자율통합 지원법안이 통과되고 주민투표로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지역갈등과 후유증이 줄어든다.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위치에 따라 다르다.

정부는 행정 효율성과 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급격한 도시화와 고령화 등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행정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자들의 속내도 엇갈린다. 겉으론 지역발전을 앞세우지만 내심으론 통합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인사들의 지나친 정치적인 행태는 통합논의의 본질과 관계없이 혼탁한 양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청원군 이장단, 시·군 직능단체 종사자등 소위 '동네 오피니언 리더' 들의 생각도 제각각 이다.

벌써부터 통합찬반을 놓고 물밑에서 또는 공개적으로 이들의 홍보전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흐름에 편승해 자율통합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현행 구도에 안주할지 선택은 청원군민들에게 달려있다. 청주·청원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소중한 선택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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