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 前 청주교육장
어떤 형태로든 교육이 변화 혁신되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는 현장 주체들의 걱정 어린 토로들이 개선되기를 촉구한다.

이는 어쩌면 극히 일부의 얘기겠지만 바로 학부모님의 자녀를 통해 듣거나 직접 보고 겪고 느끼고도 너무도 어이없어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리라.

물론 교육과정이 바람직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우수학교나 학생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존경받는 훌륭한 선생님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여 미래가 촉망되는 열공 학생들까지 싸잡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님을 이해 바란다.

일반계와 전문계 및 기타 계열 모든 고등학교 학생의 83%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대학에 진학을 한다. 대학정원이 진학희망자보다도 많으니 희망만 하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이나 젊은이들의 향학열이 대단하다고 부러워한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를 마련했으면 수학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학생은 입학을 허용하지 말아야함에도 그 능력은 제쳐두고 정원만 채우려고 구구단도 모르는 지원자들까지 모두 수용하고 있단다.

자기이름도 한자로 제대로 못쓰고 영문 이정표도 못 읽으니 교수의 판서내용은 기록도 못하고, 우리말로 하는 강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니 노트정리도 못하며, 학점이수가 용이한 강좌만 골라 수강한다니 무슨 전문성이 신장되겠는가. 그래도 때가 되면 학위는 수여된단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대학에서는 물론이고 고등학교와 일부 중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이 내년도 신입생 확보를 위한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우수학생이나 특기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도 감행될 것이다.

무더위 속에도 별도의 수업비를 내고 새벽같이 등교하여 일백 수십 시간을 공부했음에도 학생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주 지겨웠다.'는 것뿐이라는데, 기백만 원의 수당을 받은 교사는 무엇에 얼마나 보람을 느끼고 있을까.

교원임용고시에서 실패하고 사설학원에 몸담은 강사도 수강생의 특정대학 합격을 보장한다며 혼신의 정성을 다한다는데, 공교육에선 담당학생의 교과 성적이 부진하면 학부모에게 사설학원 등록을 권장하고, 진학상담도 외부자료에 많이 의존한단다.

사물함이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은 빈손으로 등교하고, 그나마 등에 멘 책가방엔 책이 없고, 수업시간엔 종합노트 한권이면 끝이고, 화상수업이라 그런지 필기도 안하고, 휴대전화가 유일한 학습도구가 된지 오래란다.

철마다 갈아입는 교복비와 오고가는 교통비, 구입해야 펴본 적도 없는 책값과 생계 때문에 지불해야하는 급식비,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젊음의 망실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의 낭비들이 참으로 아깝단다.

중학교 신입생 기초학력검사에서 가감산도 못하고 출신학교 이름도 제대로 못 쓴 학생도 입학을 했으니 이제 그 부족한 학습능력은 현재의 담당교사가 책임지고 길러줘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지나쳐온 과거만 탓하면서 기본학력엔 아무런 변화도 없이 학년만 계속 올라가고 있단다.

책도 못 읽으며 6년을 보내고, 계산을 못하며 3년을 지나 또 3년을 이렇게 허송세월하는 본인들은 그 생활에 젖어 별다른 느낌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를 모르는체하며 지나쳐버리는 현장이 정말로 걱정이라는데, 인성 쪽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눈치란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들을 함께 걱정하며 아주 열심히 의욕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의 투철한 사명감에 경의를 표한다.

교단을 목숨처럼 지키고 계신 존경하는 선생님, 자녀교육을 지원하시는 고마운 학부모님, 조석으로 마주치며 지역을 살피시는 지도층의 어르신님들, 참으로 마음이 불쌍한 이들이 당당하게 함께 달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과 배려 있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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