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 건양대학교 의공학과 교수
우리는 매일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 친절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친절을 베푸는 데에는 인색합니다.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노선을 몰라서 주위의 가게에 묻거나 또는 답답한 일로 가까운 파출소를 찾을 경우에 질문 받은 사람은 때로 불친절하고 불손하기 쉽습니다. 이럴 경우 물었던 사람은 기분이 언짢아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불친절한 대답을 한 사람도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조그마한 친절이라도 베풀면 서로가 기분이 좋을텐데 말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깊은 밤, 어떤 노부부가 필라델피아의 작은 호텔 로비에 들어섰습니다.

"하룻밤 묵어갈 방이 있습니까?"

노신사가 묻자 프런트의 직원은 미소를 지으면서 "저희 호텔에는 현재 빈 방이 없습니다. 어른들을 비가 몰아치는 밖으로 내몰 수는 없고… 제 방이라도 주무시겠습니까? 객실처럼 안락하지는 않지만 하룻밤 정도는 불편 없이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노부부는 그 직원이 불편을 겪을까봐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한사코 사양하는 노부부에게 그 직원은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방을 깨끗이 정돈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의 호의에 노부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룻밤을 편안히 보낸 다음날 아침 노신사가 방값을 지불하면서 직원에게 사의를 표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친절한 매니저군요. 당신 같은 사람은 미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의 사장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언젠가 내가 당신을 위해 호텔을 지을 겁니다."

그 말에 직원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2년여가 지나고 그 사건을 까맣게 잊어버린 그 직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습니다. 그 옛날 노부부가 보낸 편지에는 2년 전의 친절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뉴욕행 왕복비행기 티켓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직원은 어렵게 휴가를 내어 뉴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그 노신사는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망루가 있는, 아름답게 치장된 호화로운 새로운 빌딩에서 식사를 대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네가 사장으로 일할 수 있게 내가 지은 호텔일세."

"하하! 사장님 농담도 잘하시는 군요."

그 노신사의 이름은 윌리엄 월도프 아스톨이고, 그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도프 아스토리아입니다. 그리고 그 호텔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 젊은이는 조지 C. 볼트라고 합니다.

비바람 치던 날 자신이 베푼 작은 친절로 인하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을 운영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노신사 정도의 지위라면 주위에 호텔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도 얼마든지 많았을 텐데 농담으로 흘려도 될 것 같은 지나가는 약속도 철저하게 지키는 소수의 미국인들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