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 논설위원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다.

사람이 협상을 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협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협상이 시작되면 상대방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따라 이쪽에서 내놓는 카드가 달라지는 '양보'의 자세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청주 청원 통합에 따른 3번째 협상이 다시 본격화됐다.

청주 청원 통합이 두 번씩이나 무산되고도 통합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은 청주 청원이 동일 생활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주를 도넛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은 군청을 비롯한 주요 행정기관이 모두 청주 시내에 있어 같은 생활권에 있음을 그들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청주 청원의 통합은 1994년,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있었으나 청원지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 통합을 주장하고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도 통합지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적극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반면에 청주 청원 양 기관의 입장은 오히려 전보다도 더 악화된 느낌이다.

이는 청주시가 청원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만 해도 통합을 주장하던 전임 청주시장이 '통합시장 불출마'라는 양보의 카드를 제시하며 통합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통합을 반대했던 오효진 청원군수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주민투표까지 했으나 주민의 53.1%가 반대하는 바람에 안타깝게 무산된 바 있다.

지금은 청원군민들도 70%가 통합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상대를 배려하기는커녕 대세를 논리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청원군수와 청원군의회는 물론 청원군청 공직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주시가 진정 통합을 바란다면 첫째,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청주 청원이 통합되었을 때에 가장 불안한 사람들은 청원지역의 기득권층들이다. 군수와 군의회의장의 직위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관계 공무원들도 구조조정에 휘말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둘째는 상대를 궁지로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를 잔뜩 긴장시켜서 방어 자세를 취하면 설득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지금처럼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막무가내 식 발언은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이 남 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필생즉사(必生則死)요, 필사즉생(必死則生)이라고 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해야 할 지도자가 소탐대실의 자세를 보인다면 청주 청원 통합은 또 다시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지금은 혜택(benefit)에 앞서 위험부담(risk)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안심시키고, 통합도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청원시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도 통합을 할 경우 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제시한 뒤 그에 따른 열매는 먼저 돌려주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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