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주말 저녁 안방극장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중 여행을 소재로 진행자들의 다양한 개성을 리얼하게 살려,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모 프로그램을 나도 아이들과 함께 즐겨 보곤 하는데 특히 '복불복' 게임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잠자리나 먹을거리를 두고 진행자들의 선택을 통해 좋은 잠자리를 제공받기도 하고 야외 취침을 하게 되기도 한다. 먹을 수 없는 것과 맛난 것을 준비해 두고 진행자들이 게임을 통해 순서를 정하고 선택을 하게 된다.

앞선 진행자가 먹을 수 없는 것을 선택하고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괴로워 할 때 다른 진행자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고 외치며 너무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자신이 좋은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웃음을 주기 위한 게임일 뿐이다. 진행자들이 차마 삼킬 수도 없는 것을 입에 물고 쩔쩔매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게 되기도 하고 다른 진행자들이 오버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게임 뒤에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서운 전제가 숨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게임에 빠져 들어 즐거워하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위기를 지켜보면서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나만 아니면 된다고 돌아서게 되는지도 모른다. 늘상 다른 사람 탓을 하며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고 도망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용케 상처받는 일도, 위기를 맞이하는 일도, 도움을 바라게 되는 일도, 손해 보는 상황도 만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과연 내일도 그렇게 평안하고 안전한 하루가 될 수 있을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 분노와 공격성마저 증가하고 있는 오늘, 그 누구도 내일을 보장받지는 못할 것이다. 나와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는 얄퍅한 계산에 모른 척 외면하며 돌아섰던 우리에게 그와 같은 상황이 처해질는지도 모른다. 그때 사람들은 우리가 했던 것처럼 '나만 아니면 된다'고 외치며 외면하고 돌아서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위험에 처한 우리를 두고 그냥 도망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은 내가 먼저 타인을 돕는 길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당장 벗어 버리고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상황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러한 용기를 보일 때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을 함께 나서 제거할 때 결국 나의 안전도, 우리 가족의 안전도, 우리 이웃의 안전도 지켜 낼 수가 있다. 오늘 당장 우리에게 닥친 위협이 아닐지라도 관심을 가져보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 위협이 내일 나를 향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함께 대응하고 협력해보자. 그렇게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설 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살기 좋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일! 우리 스스로가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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