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신종플루 거점병원 청주성모병원 한정호 내과과장

"신종플루의 감염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독성은 낮아지고 있어요. 독성이 일반 인플루엔자보다 10배 이상으로 예상됐지만 2~3배였다가 지금은 계절성 플루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매년 발생하는 인플루엔자가 조금 일찍 왔다고 보면 됩니다. 의료진으로서 오히려 안심하고 있어요."

▲ 신종플루 거점병원 청주성모병원 한정호 내과과장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해 거점병원인 청주성모병원 한정호(37·사진) 내과과장은 이같이 안심시켰다.

질병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대비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낮은 위험에 대해 불필요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가 1만명을 넘었다고 언론에서 보도하지만 이중 대부분은 완치됐기 때문에 숫자는 의미가 없어요. 불안감만 키울 뿐입니다. 특히 신종플루에 걸린 사람의 70~80%는 본인이 걸렸는지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는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열이 나고 감기증상이 나타나면 덜컥 겁이 나 타미플루를 먹으려 하는데 감염증세가 없는 사람이나 경미한 증세의 환자가 타미플루를 먹는 것은 효과가 미미해 '물에 물 타는 것'과 같아요. 또 신종플루에 과도하게 보건인력을 투입하면 다른 전염성 질환이나 다른 의료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을 전후해 감염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기우라고 일축했다.

"지역사회 유행기가 한달 전부터 시작됐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이미 수백만명이 이용했잖아요. 단순히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같이 있었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가 그냥 몸에 묻었다고 해서 다 감염되는 것도 아닙니다. 추석 때 더 크게 유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신종플루는 감염된 사람이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배출되는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 물방울들이 보통 1~2미터 날아가서 직접 다른 사람의 손에 묻거나 호흡기, 눈을 통해 감염된다. 이 때 바이러스균이 눈, 코, 입으로 들어가 점막을 뚫어야 감염되며 바이러스는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살고 기온이 떨어지면 최대 8시간을 생존한다.

"다만 노인,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치명적일 수 있어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는 신종플루를 일종의 재해로 보고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신종플루는 전세계적 자연재해입니다. 하지만 무한대의 재앙은 아니에요. 평년보다 조금 더 강할뿐이다. 또한 과거에 없던 타미플루와 리렌자 라는 치료약이 있고 11월이면 보급될 백신이 기다리고 있죠. 당장 뾰족한 대책은 없지만 스스로를 위해, 나보다 건강하지 못한 타인을 위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루에 행정기관 등에 내는 신종플루 보고서만 3개를 작성한다는 한정호 과장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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