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논설위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으면 높이 올라간 열차는 레일을 따라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거꾸로 한 바퀴씩 돌기도 한다.

이때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밖으로도 튕겨나가지 않는 것은 중심을 향하는 구심력(求心力)과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원심력(遠心力)의 원리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김휘동 안동시장으로부터 이와 같은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중앙정부나 자치단체에도 각각의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을 기준으로 구심력과 원심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상생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고 한다.

즉,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구심력과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원심력은 늘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에 구심력과 원심력이 원을 그리면서 조화를 이루면 모양새가 좋아지지만 자치단체의 튀어나가려는 원심력이 너무 강하면 궤도를 이탈해 파행으로 치닫게 되고, 반대로 중앙정부의 구심력이 너무 강하면 자치단체의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구심력과 원심력은 국제정세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평화가 아닌 '전시체제'의 국가위기가 오면 중앙집권은 강화되고 지방자치는 약화되지만 반면에 평화상태가 유지되면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와 지방의회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지방의 목소리가 커지고, 여성의 목소리도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한반도 평화가 60년이나 지속되면서 한국에도 단체장들의 역량에 따라 지역마다 지방자치의 꽃을 활짝 피우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지방분권의 정착을 위해 국가 전체 단위사무의 50% 이상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율성을 갖고 처리하는 지방사무로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위해 교수와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사무 조사단을 만들어 연말까지 7만 건에 달하는 국가 전체 단위사무의 내용과 성격 등을 분석해 지방 이양이 가능한 사무를 확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지방사무가 확대되고 기관위임사무가 폐지되면 국가와 지자체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주민의 삶이나 지역에 관련된 일들은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자치단체는 빠르고 신속하게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마땅하다.

반면에 중앙정부는 국방, 외교, 안보 등 국가의 안녕과 안전, 환경, 위해요소 제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제정세와 국가안보가 안정되면 주민직선에 의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제정세와 안보가 불안해지면 지방의 권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최근 정부의 행정개편 움직임에 대해 시·군을 단순히 묶는 행정개편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세원과 기능의 재분배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룩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79대 21, 사무배분의 비중이 73대 27 수준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26%에 불과한 상태에서의 현행 지방자치는 '2할 자치'에 불과하다는 그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자치권의 실질적인 강화 없는 시·군 통합은 주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중앙정부의 통제만을 강화시킨다는 이 같은 지적에도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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