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흥구 충북도 토지정보과장

지금까지 근 100년간 사용해 오던 지번주소 체계를 도로명주소로 변경하는 사업과 1921년부터 88년간 지속되어 왔던 좌측보행을 우측보행으로 바꾸는 것은 모두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기존의 지번주소체계와 좌측보행은 문제점이 많다.

우선 지번주소체계는 1910년부터 조세징수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지번의 배열이 무질서해지고 한 지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한 위치정보 전달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많은 위치탐색비용을 유발하고, 소방, 긴급구조 등 응급을 요하는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로명주소 체계와 맞지 않아 우리나라의 세계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류혁신과 유비쿼터스사회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위치정보관리를 위해서도 현재의 위치 또는 주소 정보가 효과적으로 지원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소하고자 정부에서는 1997년부터 우리도의 청주시 등 6개 시ㆍ구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로명방식에 의한 주소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도로명방식에 의한 주소제도는 모든 도로마다 기점과 종점을 정하여 이름을 붙이고, 건물도 도로의 기점에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로 번호를 부여하여 주소로 사용하는 것이다.

향후 도로명주소는 2010년까지 도로명판 및 건물번호판 등 시설물 설치를 모두 완료하고, 세대별 확정주소 고지 및 고시를 마칠 예정이며, 도로명 주소로만 당장 사용하면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돼 오는 2011까지 현행 주소와 도로명주소를 병행해 사용하고, 2012년부터는 주민등록 등 주소관련 각종 공적장부를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도로명주소만 사용하게 된다.

좌측보행은 짐, 우산 등을 오른손에 들 경우 충돌 위험이 있고, 공항 게이트에서는 우측보행을 하게 돼 있어 혼란이 야기된다.

건물 회전문이 우측보행을 하게 돼 있어 보행자 간 충돌도 우려가 있으며 지하철역 개찰구가 오른쪽에 있어 좌측 보행을 하면 사람들끼리 부딪힐 우려가 있다.

'사람은 왼쪽, 차는 오른쪽' 하는 기존의 좌측보행은 1921년 일본에 의해 강제 도입된 것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신체구조상 오른손잡이가 많은 점을 고려해 우측보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회전문, 공항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개찰구 등 공공시설물이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를 고려한 동선(動線)이다.

우측보행 원칙이 정착되면 보행자 교통사고가 약 20%·보행자 간 충돌 횟수는 7~24%·심리적 부담도 13~18% 감소되고, 보행속도는 1.2~1.7배 증가될 것으로 기대되며, 보행밀도는 19~58%까지 줄어들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금년 10월부터 공공시설물 및 지하철, 공항, 항만 등의 에스컬레이터, 안내표지 등 시설개선이 완료된 다중이용 교통시설 등을 중심으로 우측보행이 시범 시행되며, 주요 보행유도시설 개선을 모두 마친 내년 7월부터는 우측보행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도로명주소와 우측통행은 먼 미래를 볼 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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