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세상 <19> 샌드위치 백작의 샌드위치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
동서양을 뛰어넘어 지구촌의 인기식품으로 탄탄히 자리를 굳힌 이 간편 식은 프랑스 샌드위치 백작의 작품이다.

18세기 후반(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780년경으로 추측됨) 프랑스의 내놓으라하는 귀족들이 모여 살던 파리의 중심가. 백작하면 으레 지와 덕을 겸비한데다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인텔리겐차를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샌드위치 백작의 경우는 좀 달랐다.

재산은 넘치는데 마땅히 마음 줄 곳이 없자 그만 노름에 푹 빠져 버린 것. 처음에는 단순한 심심풀이로 시작했으나 점차 심해져 곧 하루일과가 아예 노름판에서 시작돼 그곳에서 끝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정도는 더해갔다.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식사까지 예사로 거르며 노름에만 매달리기 일쑤이다 보니 자연히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졌다.

'노름을 즐기면서 짧은 시간 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을까?'

자꾸만 식욕을 잃어가던 백작은 마침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다. 하인을 시켜 파리 시내를 샅샅이 뒤졌으나 마음에 쏙 드는 음식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백작 자신도 답답했지만, 하인들의 걱정 또한 태산 같았다. 백작이 잘못되면 그들 역시 상전을 잘못 모신 죄로 화를 면키 어렵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식사를 권해도 거들떠보지 않는 백작 때문에 애를 태우던 하인들은 궁여지책으로 빵과 고기, 그리고 채소를 되는대로 으깨 버무려 밤 알만하게 뭉쳐 노름에 미쳐있는 백작의 손에 쥐어줬다. 무심코 받아들고 한입 '꿀꺽'삼킨 백작은 "음, 그것 먹을 만 하군, 어떻게 만든 거지?"

하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샌드위치 백작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했다.

'빵과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익히면?'

하인들을 시켜 만든 새로운 식품은 노름방에 모인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번거롭지 않는데다 맛도 기가 막히고 걸리는 것 없이 잘 넘어가니 갖출 것은 다 갖춘 셈이었다.

'그것 생각보다 괜찮은데, 많이 만들어내면 돈벌이가 되겠구나'

샌드위치 백작은 '고기와 채소를 넣은 식빵'이라는 명칭으로 특허출원을 마치고 하인들에게 대량생산을 지시했다. 폭발적인 인기였다. 순식간에 파리를 강타하고 이내 프랑스 전역으로 번져갔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복잡한 명칭 대신 발명가의 이름을 딴 샌드위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샌드위치의 인기와 더불어 샌드위치 백작의 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고, 백작은 이를 계기로 노름에서 깨끗이 손을 씻고 성실한 관리로 다시 돌아갔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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