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도 교육위원

금년도 도교육청에 대한 도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마무리되었다. 제5대 교육위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감사였기에, 위원들은 나름대로 의욕을 다해 감사를 벌였다. 언론들의 관심이야 시들했지만.

이번 감사에서 필자가 특히 다루고자 했던 점은, 작금 우리교육의 최대 이슈라 할 '일제고사'와 관련한 문제들이었다. 'MB식 경쟁교육'의 상징격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검사(일제고사)'를 둘러싼 요즘 학교현장의 몸살보다 더한 현안이 있으랴.

아마, 진정한 의미의 학력신장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중점과제다. 해서, 도교육청도 '조화로운 학력신장'을 교육시책의 첫머리에 올려 왔다. 문제는 일제고사가 그것에 도움이 되느냐다.

충북은 특히 작년 결과가 나쁘게 나와 수모를 당한 후, 일제고사 대비에 '올인'하다시피 해왔다. 행정력을 총동원해 현장을 다그치면서, 시험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40%)한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에 일선학교들에서는 온갖 과잉지도와 편법, 파행사례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선 '조화로운 학력'이라는 슬로건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얼마든 '조화를 부릴 수 있는 학력'이 바로 일제고사로 드러날 학력이라는 것이다.

학습지체아는 '장애자학급'으로 돌리고, 부진아에겐 입에 담지 못할 폭언으로 학부모까지 모욕하는가 하면, 교내시험 땐 각자 책상위에 올려놓게 하던 가리개도 치우라 하고…. 그렇게 아이들 눈에도 뻔히 보이는 행태들이 줄을 잇는다. 교육과정 파행은 일일이 예를 들기도 어렵다.

이보다 더한 문제, 더 심각한 교육위기가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보도나 제보를 통해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집행청의 지도감독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담당관들은 예방지도를 했고 교육부지침도 이첩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오정 답변' 뿐이었다. 고사대비 현장 독려에는 눈에 불을 켜면서, 파행사례 단속에는 아예 눈을 감거나 못 본 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필자는 가정법과 비유까지 들며 그 위험성을 제기했다. 만일 집행청 간부들이 일제고사 감독이라면,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성적을 올리라고 할 것인가, 시험은 못 봐도 부정행위는 못하게 할 것인가. 물론 뻔한 물음이었다. 정신 나간 교육자가 아니라면 부정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치할 순 없을 터이니.

그리고 거듭 물었다. 교육과정의 파행을 해서라도 일제고사 성적을 올려야 하는가, 일제고사 성적이 낮더라도 그리 해서는 안 되는가. 그것도 뻔한 물음이었다. 교육과정의 파행은 곧 교육의 파행이기에 교육부도 그것을 단속하라고 지침까지 내린 터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필자가 수집한 파행사례를 알려주면 교육부 지시대로 엄중조처 할 것인가 하고. 그러나 "책임은 교육감이 진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파행을 묵인하면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일까?

교육과정 파행에 눈감는 것은 고사현장에서 부정행위에 눈감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사 결과에 함께 목을 매는 '암묵적 동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파행 방치가 무섭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성적만 나오면 되는가. 그것을 교육의 성과라 할 수 있을까. 그게 더 두렵다. 그러면 그것이 노하우요 모델이 될 것 아닌가!

한데, 그럼에도 성적이 나쁘면? 결국, 그 어떤 결과에도 박수치지 못할 질곡을 향해가고 있는 형국-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그래서 진작 방향전환을 해, 교육의 본질과 본령을 지키라는 것이 필자의 호소요 당부였다.

그러나마나, 일제고사 예찬론자들이 맹목으로 불러들인 시한폭탄은 코앞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제 머잖아 그 아이러니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결과가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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