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웅 충북도 체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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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계획 추진 문제로 정치권과 지역이 소란스럽다. 내가 보기에는 어느 쪽도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이제 막 접어들은 21세기에 살고 있으며 이 세대의 우리 삶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정치와 경제의 혹독한 학습과정을 거쳤던 20세기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틀림없이 우리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 어떤 형태의 선진국가를 이루어 가는가의 선택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바쁘고 힘겹게 도화지에 용을 그려왔다. 이젠 거기에 눈을 그려 승천을 도모해야 할 때다.

제발 좀 멀리 보자. 지난 시간의 궤적을 살펴보자. 1998년 우리나라 인구는 4천699만 명이었다. 10년이 지난 2008년의 인구는 4천954만 명으로 255만 명이 늘었다. 수도권 전체는 276만 명이 늘었는데 경기도가 262만명, 인천이 21만명 늘은데 반해 서울은 오히려 7만명이 줄었다. 서울이 인구를 토해내고 있다.

이것은 서울과 붙어버린 경기도 주요 도시들의 팽창과 무관하지가 않다. 이 추세대로 인구이동이 진행된 10년 뒤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 20년 뒤, 100년 뒤를 그려보자. 치유가 도대체 불가능한 중병으로 앓고 있는 도시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기형적인 국토모습을 떠올리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3억 명이 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인구는 고작 60만 명이고 오히려 경제도시인 뉴욕이 827만 명에 달한다. 서울과 비슷하게 모여 사는 런던이 738만 명으로 영국인구 8,200만 명의 9.0%를 차지한다. 서울인구의 전국 비중은 무려 20.6%이다. 이어 도쿄가 686만 명으로 일본인구 1억3천만 명의 6.9%를 차지한다. 베를린이 5.6%, 로마가 4.7%, 파리가 3.4%, 베이징 1.3% 순이다.

강력하게 수도권인구 분산정책을 펼쳤던 프랑스의 파리가 서울처럼 수도권 인구를 가진 도시인데 파리지역(수도권) 인구는 96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5.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는 2천418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48.8%를 점유한다.

숨을 가다듬고 문지방을 넘자. 세종시 건설은 긴요한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의 하나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도 있다. 이 세 가지 말고도 또 다른 프로그램들을 거듭해서 마련해야만 한다.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도권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반드시 처방대책을 강구해서 치료해야만 한다. 수도권에 투약하고 있는 진통제는 근본적인 치유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수도권은 지금 주택난, 교통체증, 환경오염, 주민복지 등 도시문제를 미처 해결할 겨를도 없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지방 이주민들로 인해 도시계획을 다듬을 틈도 없다.

워싱턴 D.C와 접한 메릴랜드 주에서 높은 소득수준과 쾌적한 주거환경, 넉넉한 산업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들은 우리가 꼭 도달해야만 할 이상적인 목표다. 런던의 허파인 풍족한 공원과 녹지, 함부르크의 맑은 공기와 커다란 호수들은 그저 부러워하고만 있을 남의 것들이 아니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우리 것들이다. 산업과 경제의 재배치, 지역의 활력과 개성의 디자인, 수준높은 복지와 건강한 환경 등이 용의 눈에 담아야 할 최고 가치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세기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핵심 동력원으로 수고로웠던 서울과 수도권을 이젠 좀 쉬게 해 주자. 오랜 세월을 고생한 탓에 허약한 이 도시들에게 숨 가다듬을 틈을 주자. 그러려면 살을 베고 뼈를 깎는 엄청난 고통이 따를 것이다. 많이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선진국 문지방을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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