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 최용현 변호사
괴산, 음성, 증평, 진천 중부4군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여당은 여당대로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에 의한 지역발전을 내세우고, 야당은 야당대로 김종률 전 의원에 대한 정치보복을 내세우고 있으나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 같다. 정책보다는 유권자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거기에 은밀히 4개군의 소지역주의까지 부추키니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팽배한 것 같아 과연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투표장을 찾아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할지 걱정이다.

사실 선거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과 의식적인 기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역대 최저인 46%의 투표율을 보였다. 역대 재보궐선거에는 더욱 심각하여 30%대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중부4군을 비롯한 5개 지역에서의 재보궐선거 투표율도 이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재보궐선거 당선자는 전체 유권자의 1/10정도의 지지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9/10(상대후보 지지자와 기권자)까지 대표하게 될 상황이다. 일부 지역의 재보궐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처럼 기존의 정치과정에 대한 총괄적 평가나 향후 정치과정의 결정적 분기점의 성격이 적으니 사실상 시민들의 참여를 유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투표율도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과히 대표의 위기, 참여의 위기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거전문가들은 재보궐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재보궐선거는 기본적으로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그 투표결과에 따라 집권당은 이전의 정책주도자들의 진퇴를 결정하게 되고, 정책 결정과 수행면에서도 이전보다 강경하게 혹은 타협적으로 변형되는 등 이후의 정치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처럼 재보궐선거는 그 양의 측면에서는 극히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질적으로는 향후 정치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어느 진보학자는 예상밖의 승리로 집권한 개혁세력인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계속된 재보궐선거에서 완패를 하였음에도, 당시 집권자들은 이의 의미를 깨닫지 못해 결국 파국적 종말을 맞았던 것이라고 하면서, 만약 당시 개혁정부가 지속적인 보궐선거 완패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적극 대처했다면 그 이후의 정치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보궐선거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 문제는 정부나 정당들에게는 재집권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라는 것이다. 더욱이 중부4군은 지난 대선때마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중부4군에서의 후보자별 득표결과가 전국의 득표결과와 거의 일치하곤 했다. 이번에도 중부4군의 투표결과는 충북뿐 아니라 전국의 민심을 읽는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부4군의 보궐선거는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후보자중 유력한 유명 정치인이 없다는 점에서 시간을 내서 투표장으로 향할 만한 매력이 없긴 하다.

그러나 중부4군의 보궐선거의 결과는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어느 지역의 재보궐선거의 결과보다도, 향후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야당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가 이명박 정부의 기본 노선인 반서민·노동, 친기업적 신자유주의적 경제기조뿐만 아니라 충청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종시 정책의 수정, 수도권 규제완화, 기업·혁신도시정책의 퇴조, 한반도 대운하 정책 등의 중대현안에 대한 향후의 정치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야당에게도 향후 노선과 정책에 대한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투표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역사적 격변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듯, 당장은 보이지 않는 중대한 변화도 당장의 투표장에서의 유권자의 한표 한표 보이는 손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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