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우 / 청운중 교감
청주 철인들을 실은 승합차가 백두대간의 태백산맥을 숨가삐 오르고 있소. 저 아래 하얀 백사장으로 파란 바다가 파도를 밀고 왔다가는 하얀 거품을 토해내면서 다시먼 바다로 뒷걸음질 치고 있소이다.

석주 형! 13일로부터 시작되어 14일까지 이어진 동해 울진 철인 삼종대회를 이제 막 마치고 청주로 귀환 중이랍니다. 지난 2002년 송면중학교 학생들에게 용기와 신념을 고취하고자 이봉주 하프마라톤을 뛴 적이 있지요. 2005년 10월에는 청주여고 3학년 학생들에게 수능에의 선전을 기원하며 마라톤 풀코스를 뛴 적이 있었고,

그리고 올해 6월에는 괴산중학교 학생들의 바르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염원하며 처음으로 철인삼종 속초대회를 다녀왔었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청운중학교 학생들의 푸른 꿈과 열정을 격려하고자 울진대회를 막 마치고 태백산맥을 넘고 있소이다. 이번 철인대회는 지난 번보다 덜 걱정되었고 덜 힘이 들었습니다. 지난 번 처녀출전한 속초대회에서 몸으로 익힌 체험과 마음으로 다진 각오가 내안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9시 정각 1.5km 바다수영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수온도 24.5도, 의외로 바닷물은 아직 따뜻합니다. 약 570여 명의 철인들이 검은 슈트를 입은 채 푸른 바다로 뛰어들어 바다수영을 시작합니다. 영법은 자유형. 몸끼리 부딪히고 물속에 몸과 몸이 뒤섞입니다. 처음부터 아수라장의 바다에서 허덕이고 치열한 몸싸움이 일어납니다.

나는 무리보다 약간 늦게 출발하고 부표 라인에서 좀 떨어져서 수영합니다. 이 철인경기는 누구를 이길 일도 없는, 그렇다고 누구에게 질 일도 없는 나와 나자신만의 경기이니까요. 얼른 호흡을 터트려 나의 본래 페이스를 찾아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서서히 자유를 느낍니다. 내 몸이 푸른 바닷물 위에서 두둥실 날으는 느낌입니다. 동해바다의 정기가 온 몸을 휩쌉니다.

9시 40분쯤 이제 40km 도로 싸이클이 시작됩니다. 요즈음의 싸이클은 가볍고 견고하며 속도가 빠릅니다. 동해의 깨끗한 바다를 타고 도는 해안도로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방파제에 부딪힌 파도는 안개 포말을 일으키며 싸이클링하는 철인들의 얼굴에 날리어 생기를 북돋웁니다. 참아내기 힘든 갈증이 찾아옵니다. 참고 견디어 봅니다. 갈증의 고통을 참아내고 줄곧 내달은 고통은 좋은 기록으로 보답되겠지요. 먼 동해에서 시작되어 태백산맥으로 불어가는 바람의 냉기가 내 영혼을 맑게 합니다.

11시쯤 이제 10km 런(Run)이 시작됩니다. 내 몸의 모든 에너지는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이 50여 분간의 런이 끝나면 결승점이 있다는 기대. 이 지긋지긋한 숨가쁨과 타는 갈증을 넘어 자아도취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철인의 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로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붓습니다. 울진 후포항 주민들의 파이팅 소리가 지친 다리에 에너지로 작용합니다.

석주 형. 이제 태백산맥의 산등성이를 넘으면 늘 그랬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울진 동해바다와 철인경기의 일탈에서 청주, 학교, 가정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일탈은 일상의 삶에 참신한 자극과 새로운 창조가 되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몇 해 전이던가요. 형에게 방외지사란 책을 보여주었더니만 형은 무던히 그 책을 좋아하더이다. 방외지사에 나오는 현재진행형의 실존 인물들이 다 일탈 속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한 사람들이 아니던가요?

석주 형. 이제 백두대간의 태백산을 꽤 내려왔소. 한 6~7시 쯤이면 청주에 도착할 것 같소. 동해 울진의 갓 마른 살찐 오징어를 가져가고 있으니 형은 500cc 호프 몇 잔 사시지 않겠소? 언제 설악의 용아릉 한번 타시지 않겠소?

형의 숲속학교 충북도계산행의 건각을 기원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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