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 논설위원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개그맨 김제동씨가 4년간 맡아서 진행해 오던 KBS<스타골든벨>에서 전격적으로 퇴출되었다.

이를 두고 방송과 연예가에서는 그가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또한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으니 대놓고 떠들 사안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전후 상황을 놓고 분석해 보면 이들의 이야기도 꽤나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그가 도중하차한 시점이 정기개편 시기도 아니었던 데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3일 만에 퇴출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MBC 100분 토론의 간판스타였던 손석희씨 마저 퇴진시킴으로써 방송장악이 본격화됐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사실 김제동씨가 불이익을 받거나 하차할 것이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나 다름없었던 고 노무현대통령을 대놓고 지지했으니 괘씸죄는 아닐지언정 곱게 봐줄 이유도 없었다.

실제로 김제동은 자신의 정칟사회적 소신을 가감 없이 밝히는 연예인의 대표 주자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자신의 팬 카페를 통해 장문의 추모 글을 남겼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노제 당시 사회를 맡아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수십만 추모인파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따라서 호사가의 입방아처럼 연임을 해야 할 KBS 실세들 입장에서는 알아서 길 수 있는 명분을 그가 제공해준 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김제동씨는 12일 오후 6시30분께 KBS 2TV '스타 골든벨'의 마지막 녹화를 마친 후 눈물을 보였다.

김제동씨의 소속사 김영준 대표도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김 씨의 퇴출 과정이 통상적으로 방송국들이 사회자(MC)를 교체할 때 취해왔던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밝혔다.

KBS PD협회는 성명을 내고 김제동의 '스타골든벨' 하차에 대해 "현 정권이 불편해하는 행사의 사회를 보고 사회현상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상궤를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의 '열린 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김제동은 굉장히 능력이 있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이라며 "정치적 문제 때문에 이렇게 사라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한국방송은 이번 일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명명백백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도처에서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구정권의 틀이나 구조에 변형이 가해지는 것은 이 또한 권력의 대대적인 이동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예능인이라고 예외가 없으라는 법도 없다.

이 과정에서 누구는 장관도 되고 누구는 미운털이 박혀 자리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으니 예능인들도 각자 몸가짐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도를 벗어난 상식을 짓밟는 형태의 권력남용은 항상 뒷말을 남기게 마련이다. 권력은 스스로의 권력에 도취되어 때로는 형평성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일들을 무자비하게 자행하지만 권력을 뛰어넘는 자리에서 언제나 국민의 눈과 귀가 이를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시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무리한 권력남용은 반드시 화근(禍根)을 부르게 되어 있으며, 그 끝은 아름답지 못했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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