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융희 음성경찰서 교통관리계

몇해 전 교통사고 조사계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띠리리릭! 띠리리릭!"
퇴근 무렵 사무실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오토바이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지구대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노인이 운전한 오토바이가 아닌가 추측을 했다. 그런데 사고현장을 도착해 보니 응급차에 실려 가는 환자가 노인 말고도 어린이도 있었다.

후에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지만 75세의 노인분이 평소 논이나 경로당에 갈 때 이동수단으로 50cc미만 오토바이를 자식들 모르게 구입해서 타고 다니셨는데, 사고 당일 오토바이를 타고 경로당에서 집으로 가던 중 인도로 운행하다가 가게에서 나오는 7살 어린이를 충돌한 사고이다.

이 사고로 어린이는 다리가 골절되고 노인은 넘어지면서 머리를 도로에 부딪혀 뇌출혈이라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2주후에 사망했다.

위 사례는 흔히 우리 농촌지역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인 오토바이 관련 교통사고의 사례중 일부분이다.

지난해 충북에서는 총 8천40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322명이 사망하고 1만3천969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루 평균 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0.8명이 사망, 38.2명이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셈이다.

그 가운데 오토바이 사고는 673건 발생, 39명이 사망사고, 79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말까지도 교통사고로 총 189명이 사망했으며, 그 가운데 65세이상 노인분이 35%(66명)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무단횡단, 오토바이, 경운기 등 운행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오토바이 교통사고 대부분이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농촌지역이 고령사회로 접어든지 오래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인들의 활동이 잦아 교통사고의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고, 복잡한 도로에서의 인지능력이나 민첩성이 떨어지며,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작은 오토바이, 자전거, 또는 경운기 등 농기계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인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위해 충북경찰에서는 경찰관 1명이 관내 경로당 2~3개소를 담당하는 '1警1老'특수시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며, 그 효과를 인정받아 현재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중이다.

오토바이, 경운기 등을 직접 운행하는 지역 노인분들을 특별관리하고 교통안전예방 홍보물품인 야광모자, 야광조끼, 야광밴드 등을 제작 배부하고 있으며 특히 경운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야광깃발을 경운기에 부착토록해 야간 운행시 사고를 예방하기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교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해 경찰만의 예방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무단횡단 금지, 오토바이 운행 시 반드시 안전모 착용, 새벽 이른 시간대나 야간엔 농기계 운행 자제, 자동차 운행 시 졸음운전을 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다가온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부모님 집의 낡은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해 드려야겠다는 어느 며느리의 효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혹시 자식들 모르게 오토바이를 구입해 위험하게 운행하고 다니시지는 않는지, 오토바이 안전모 살 돈이 아까워 그냥 다니시지는 않는지, 야간 어두운 밤길을 위험하게 다니시지는 않는지 등 지금이라도 멀리 계시는 부모님을 꼼꼼하게 살펴 드리고 챙겨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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