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덕 (독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담임 선택제' 때문에 씁쓸한 처사를 당했던 교사들이 많을 것인데 나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2학기에 근무지를 옮기면서 억지로 1학년을 맡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서 좀 어려운 것도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지만 동작이 매우 느린 아이가 하나 있었다. 시험 때마다 그 아이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그대로 시험지를 거두었다.

나는 방과 후에 학습 부진아들에게 보충 수업을 실시했지만 그 아이는 부모가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 아이의 부친은 당시 기성회장이었는데 그는 교장에게 "아이가 담임의 말을 못 알아들어 학력이 형편없이 떨어졌으니 담임을 교체하라"고 누차 요구했다.

또한 교장은 학기중 담임교체는 안된다고해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나의 미숙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시험 감독을 엄격하게 했던 것도 하나의 약점이 된 셈이었다.

이듬해 4학년 담임을 했을때 한 아이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1학기 통지표에 '기초학력 부족으로 교과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구를 보고 놀랐다며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문구는 그 아이가 3학년 과정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아마도 3학년까지는 시험 때 소위 컨닝을 하여 부모가 속았을 것이었다.

학생들의 성적 격차에 대한 책임이 교사들에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격차가 있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고졸자는 생활영어를 할 수 있게 하겠다. 기본 한자 1800자를 익히게 하겠다' 고 했지만 영어에는 벙어리, 한자에는 문맹자가 적지 않은 것이 교사의 책임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교육헌장에 '능률과 실질을 숭상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사문화 되었으니 '공교육 정상화'라는 용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현실과 원칙의 일치, 그게 바로 '정상화'일 텐데 뭐가 그리 어려운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