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국회의원(민주당)

이시종 국회의원(민주당)
요즘 세종시를 둘러싸고 청와대·정부·한나라당에서는 충청인들의 정서와는 전혀 다르게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며 희희낙락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충청도 출신 정운찬씨가 세종시 수정·축소를 위한 이충제충(以忠制忠)의 역할을 자임하며 총리직을 수락할 때 "충청도 사람들이 섭섭잖게 해주겠다" 는 망언을 하여 충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더니, 뒤이어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 똑같은 발언을 함으로써 우리를 경악·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더니 요즘에는 세종시를 원안 추진한다, 아니다 수정 추진한다, 둘다 아니다 전면 백지화한다며 자기들끼리 치고 빠지고 빠지고 다시 치는, 삼국지보다 더 교묘한 전술들을 다 동원하며 충청인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모습같다.

마치 점령군이 점령지국민들을 노예로 취급하듯 충청인들을 우롱하는 모양새다.

그러더니 엊그제는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면 타협이 없다" 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은 물론 충청인들의 가슴을 온통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모름지기 섭섭잖게 해주겠다는 말은 일제강점기때 일본총독부가 우리의 쌀을 모두 빼앗아가는 대신 조선인들에게 섭섭잖게 옥수수 한짝 줄 때 쓰던 말이다. 쌀농사 99석 한 놀부가 100석을 채우기 위해 1석 한 흥부의 쌀을 빼앗아가면서 대신 보리 1석 줄 때 쓰면 더 어울리는 말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 충청민들이 거지인가, 갖고 노는 장난감인가, 아니면 2등 국민이란 말인가.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타협과 양보인데 타협이 없다는 것은 마치 충청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인가. 내가 하는건 국가 백년대계이고 남이 한 것은 국가 백년대악이란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종시는 2004년 당시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가 결정한 것이고, 여야가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며, 행정수도이전은 위헌이라 안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된다고 헌법재판소와 국민이 직·간접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하고 수 없이 확인해준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시 헌법재판소가 국민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논리로 서울이 불문헌법이라고 한 것에 비하면, 이처럼 국가와 국민과 정치권과 헌법재판소가 모두 합의·인정한 세종시야말로 진짜 불문헌법이라 하겠다. 지금와서 세종시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며,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다.

세종시는 본래 행정도시에다 기업·대학·공장 등의 자족도시가 합쳐진 복합도시로 출생했다. 그래서 그 이름을 행정도시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라 했잖은가. 그것이 원안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 여당은 세종시의 원안을 행정도시로만 축소·왜곡하여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행정도시와 자족도시의 두 가지 개념은 처음부터 세종시에 공통필수과목이었지 결코 선택과목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또한 서울과 지방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오래전부터 국민들의 묵시적합의에 의거 국가백년대계로 정해졌다고 봐야한다. 바로 세종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자 그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와서 세종시가 무너지면 혁신도시도 무너지고 국가균형발전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엔 지방은 고사되고 서울만 남게 된다.

차라리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서울시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서울시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충청인들의 길고 무거운 침묵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자못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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