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재난 미리 대비하자
중부매일·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공동기획

(3) 재난을 보는 현실 - 충북 중부

충북 중부지역은 지형적 특정에 따른 자연재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청주·청원·증평·진천·괴산·음성 등으로 이루어진 충북 중부지역은 낮은 산지와 소하천을 따라 발달된 평야가 특징이다. 그에 따라 대규모의 자연재해 피해보다는 실생활과 밀접한 교통사고위험이나 소하천 병목, 저지대 상습 침수 등의 피해가 주를 이룬다.

이는 피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재난유형과 달리, 예방과 대비에 신경쓰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재난의 예방과 대비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주민들의 재난에 대한 예방의식과 지자체의 지원이 더 요구되는 지역이다.

▲ 청원군 강외면 서평리40년 된 노후 교량인 청원군 강외면 서평리 다리는 상판이 얇아 아슬아슬할 뿐 아니라 교각 하부(우측 두번째 사진)가 부식돼 거의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 노후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 만들어진지 40년 된 청원군 강외면 서평리의 한 다리. 얇은 상판으로 이뤄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교각 2개의 하단 모두 부식돼 철근이 보일 정도다. 다리는 농로로 이어져 대형 농기계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나다니는데 주민들은 다리가 무너질까 조마조마하다.

장태순 이장은 "다리를 처음 놓을 당시에는 현재 농기계를 생각 못하고 지었겠지만 농번기 때는 1톤 경운기부터 4~5톤의 트랙터, 콤바인까지 하루에도 30번씩 오간다"면서 "주민들도 위험해서 잘 안다니는데 새로 다리 하나 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다리가 하중을 이기지 못해 교량공사를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 24시간 교통사고위험에 노출= 청원군 미원면 구방1리는 마을 입구가 공포 자체다. 심한 급커브길인데다 차들이 평균 80km/h이상으로 쌩쌩 달리고 차량소통량도 많아 위험천만한 순간이 하루에도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마을주민 100여명 중 대부분이 거동이 느린 노인들이라 교통사고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해줄 겁니까? 맨날 예산 없다는 얘기만 하고…" 구방리 이장의 하소연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4년전과 7년전에 각각 마을입구 앞에 반사거울을 설치했지만 차들이 워낙 고속으로 달려 반사경을 봐도 차가 순식간에 눈앞에 와 있는 실정. 주민들은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설치라도 원하고 있다.

◆ 저지대라 적은 비에도 상습 침수= 음성군 맹동면 용촌3리 박종필 이장은 '2006년 7월28일' 날짜를 잊지 않고 있다. 당시 수해로 하천물이 넘쳐 마을쪽으로 쏟아지면서 지붕만 보일 정도로 마을 전체가 잠긴 악몽의 날이기 때문이다.

용촌교 아래에 위치한 용촌3리 마을은 하천보다 마을 지대가 낮아 비가 300㎜이상 오면 고스란히 침수된다.

"물이 여기까지 들어찼었어요. 그 때 피해 입고 이사한 이들도 있어요. 지대가 워낙 낮으니까 작은 펌프장 하나만이라도 놨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특히 생활하수가 배관을 통해 하천으로 빠지는데 하천이 터질 경우 1시간 이내에 마을이 물바다로 변한다는 것이다. 박 이장은 현재의 600㎜ 배관을 1천㎜관으로 교체하고 호우 시에 대비해 펌프장 설치를 바라고 있다.

◆ 소하천의 최대 '적' 고마리= 음성군 음성읍 44개 마을 중 가장 오지인 삼생4리는 지난 7월 인삼밭 차광망이 쓰러지는 등 2천만원의 피해를 업었다. 이유는 소하천에 고마리, 각종 잡초 등이 무성하게 자라 병목현상을 일으켜 인근의 인삼밭을 침수시켰기 때문.

이영규 이장은 "5년 전만해도 하천 폭이 3m였는데 이제는 풀 때문에 하천이 거의 없어져 비만 오면 하천이 넘친다"면서 "사람 힘으로는 안되니까 중장비로 하천 폭 넓혀주고 풀 좀 제거해달라"고 요구했다.

증평군 송정5리도 뽑아내고 뽑아내도 없어지지 않는 고마리가 골칫거리다. 이 곳은 하천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고마리가 무성하다.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맹승진 교수는 "하천, 용수로에 많이 사는 고마리는 수로를 막는 적(敵)으로 유명하며 다 뜯어내도 한달 후면 또 자라고 제초제를 뿌리면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면서 "주민들이 제거해야 하지만 농촌인력이 줄고 고령화되면서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김미정·엄기찬

●현장에서
"괜찮아유" 재난대응도 충청도식

충북도내 12개 시·군의 단골 재난피해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지역주민들이 재난을 바라보는 모습이 한결같이 '충청도'식이라는 점이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그때는 물이 허리까지 들어찼었어요. 죽는 줄 알았지. 근데 지금은 큰 비 없어서 괜찮아유. 지대가 낮아서 비 오면 침수되는데 뭐 어쩌겠어유"라는 식인 것이다.

이처럼 충청도 특유의 '괜찮아유'마인드가 재난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재난의 예방과 대비에 매우 취약한 모습으로 이어졌다. 충청도식 '괜찮아유'마인드로 가뜩이나 소극적 자세인데, 재난지원의 손길에서 소외된 지역일수록 주민들은 더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군에서 그렇게 해주겠어요?"라면서 주민안전에 대한 권리행사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재난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그래야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재난은 그 지역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재난위험요인, 상습피해지역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에 따른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동시에 지자체도 재난복구, 재난관리에 있어 지역민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 김미정

● 충북 중부지역 재난 노출현장

▲ 청원군 미원면 구방1리왼쪽이 청원군 미원면 구방1리 마을 입구, 오른쪽이 급커브길. 왕복 2차선도로지만 심한 급경사 때문에 시야확보가 어렵고 통행차량의 속도가 빨라 상시 교통사고재난에 노출되어 있다.

▲ 음성군 맹동면 용촌3리2006년 7월28일 수해로 하천물이 넘쳐 마을 전체가 침수된 음성군 맹동면 용촌3리 마을. 박종필 이장이 당시 침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 증평군 송정5리증평군 송정5리는 뽑아내고 뽑아내도 없어지지 않는 고마리 때문에 하천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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