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각종 언론들은 일제히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의 줄임말)터의 첫번째 전시를 소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경복궁 동문 옆의 국군기무사령부 터는 두텁고 높은 회색 담벼락부터 어두운 역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었던 그곳에는 각종 괴담과 두려움이 따라다니지만 근대 억압의 역사를 품고 있고 철옹성 같았던 그곳이 현대미술의 축제장로 거듭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옛 기무사터를 헐고 그곳에 새로운 미술관을 지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청주의 모습은 어떤가. 얼마전 뉴스를 보니 청주대학교가 한국도자기 부지를 일괄 매입해 정문을 넓힌다고 한다. 정문 옆에 위치한 9천400여㎡를 매입하고 2차선 진입로를 4차선으로 넓힌다는 뉴스를 접하고 걱정부터 앞섰다.

청주대 정문 옆, 그러니까 한국도자기 부지 안쪽에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개인 병원 시설이 남아 있다. 그동안 한국도자기 창고로 쓰였던 건물은 'ㄱ'자 모양의 낮은 1층짜리 건물이지만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현재 주차장 부지에서만 건물의 한쪽면을 볼 수 있다.

창고로 쓰이는 그 건물이 청주 최초의 개인병원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충북학연구소라는 곳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부터다.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도 근현대 문화유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청주대학교가 건물을 이전하고 활용방법을 찾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한국도자기 부지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청주 최초의 개인병원 건물은 또 다시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반면 대전시는 지난해 2015년까지 국립 대전 근현대사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6대 광역시 가운데 대전이 근대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라면서 우리나라 대표적 근대도시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기무사 부지가 어떤 미술관 보다도 의미있는 이유는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주 최초의 근대 개인병원 건물에 찾아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많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의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막을 것인가는 청주대와 시민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