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안태영 옹, 청주시 보훈회관서 봉사
직접 만든 교재로 교육 … 일어·한문도 능통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사람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은 가진자의 것이 아니라 읽는 자의 것이다."

82세 안태영 옹이 가르치는 청주시보훈회관 영어반의 교재 첫 장에 써 있는 내용이다.

보수가 없는 자원봉사로 매주 목요일 영어반 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 안옹은 현지인 못지않은 발음과 문법만 강조하는 영어교육과는 달리 영어의 원리를 알기 쉽게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안 옹은 6·25때 군대에서 미군 정보 연락통으로 근무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았고 1955년 미국 텍사스로 국비지원을 받아 유학을 다녀온 실력파다.

▲ 안태영 할아버지가 청주시보훈회관 영어반에서 직접 제작한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실력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한 것은 1년여 전쯤. 안 옹은 청주시보훈회관에서 진행하던 한문반 수업을 듣던 수강생이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정소섭(73·영어반 반장) 할머니는 안 옹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청주시보훈회관에 제안해 지금의 영어반이 탄생하게 됐다. 알고보니 안 옹은 복지마을에서 7년간 영어강사로 활동했던 숨은 실력자였던 것이다.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한 안 옹은 미국에서 봤던 교재에 발음기호와 의미를 다시 넣어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비매품 영어 교재를 손수 만들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지 오세요. 수강생이 30여명 정도 되는데 학생들의 열기가 아주 뜨겁죠. 수강생들 평균 연령이 70세를 웃돌고 있지만 그들의 열정속에서 나도 보람을 느끼고 그 기를 받아 건강도 되찾는 것 같습니다."

영어사전도 영-일 사전으로 보는 것이 더 편하다는 안 옹은 영어 뿐 아니라 일본어, 한문에도 능통하다.

정소섭 영어반 반장도 "우리 선생님이 예문도 잘 들어주고 이해가 쉽도록 아주 잘 알려준다"며 "1년정도 배웠지만 제 영어 실력이 아주 많이 신장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반장은 안 옹에게 배운 실력으로 복지회관 영어 웅변대회와 영어노래자랑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고.

안 옹은 "앞으로 내 밑에서 교육 받은 사람들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제대로 영어를 배웠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해요. 성의와 노력만 있다면 늙었다고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 이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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