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성/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2주간의 직원교육과정이 끝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2주를 함께 할 새 얼굴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모습이 생생한 지난 기수 교육생에 대한 기억과 애틋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에 놓이게 된다.

돌이켜보면 어떤 기수는 나와 궁합이 잘 맞았는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있다. 그 중에는 교육을 다녀간지 몇 해가 흘러도 꾸준 히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전하는 몇몇 교육생들도 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그런 교육생이 다시 나를 찾아 왔을 때이다.

그럴 땐,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만나게 되어 있는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인연이고, 우리의 재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연을 평소에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내 자신부터 탐탁치 않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고 한다. 사회는 경제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 변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사회도 결국 사람이 구성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 그저 내 것, 내 일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 당연히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였다. 직장에서 일보다는 사람에 우선 순위를 두는 동료 들을 보면 '정신이 딴 데 팔려있으니 하는 일이 그 모양이지'하고 평가 절하하거나, '사람 관리에 탁월한 친구'라고만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런 동료들이 큰일을 하고 있었다.

그 동료의 성공은 사람과의 관계, 인연을 소중히 한 탓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능력이 아니라 관심이였다는 점이다. 인연을 소중히 하는 관심인 것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이 자리는 일생에 단 한번이라 는 생각으로 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사람 들의 발목을 잡는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을 것 같다.

장영희 작가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 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그렇다. 인연은 운명처럼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만 간다.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이들과의 시간과 추억을 그냥 날려버리지 말자. 지금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 생각해보니까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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