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재난은 예방이 먼저-충북 사례

예측불허 재난 미리 대비하자
(6) 예방이 먼저 - 충북 사례
중부매일·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공동기획

"법주사에 불이 나면 법주사의 1천600년 역사와 국립공원인 속리산의 아름다움을 몽땅 잃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더 방재에 신경 써야죠."

재난은 한순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 가고 삶의 터전과 수백년 역사를 앗아간다.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재난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하고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숭례문 화재 이후 최첨단 방재시스템 갖춘 법주사= "법주사 내에서 불이 나도 어디서 불이 났는지 몰라 우왕좌왕했었는데 이제는 경보음과 함께 발화지점이 컴퓨터화면에 딱 뜹니다. 화재원인은 뭔지, 어디서 방수총 등 소화시설이 가동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2008년 숭례문 화재는 조선시대 이래의 역사를 통째로 앗아갔고 그 슬픔은 전국의 문화재에 대한 방재의식 제고로 이어졌다.

국보 3점, 보물 12점 등 39점의 문화재가 모셔져 있는 보은군 법주사는 국비와 지방비 등 5억원을 들여 지난 9월말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완료했다.

▲ 법주사는 최근 완료한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으로 360도로 회전되고 70m까지 분사가 가능한 방수총 6대를 도입했다. 방화관리자가 방수총을 시연하고 있다. ▲ 사찰분위기를 고려해 방수총에 나무집을 씌운 점이 눈길을 끈다.

사찰 내 화재 발생 시 발화지점과 원인, 소화시설 가동여부 등을 한눈에서 볼 수 있는 R형 복합수신기 2대가 설치됐고, 저수조 용량을 소화전 1대로 3분간 쓸 수 있는 14톤에서 30분간 쓸 수 있는 200톤으로 크게 늘렸다.

새로 도입한 방수총 6개는 360도로 회전되고 70m까지 분사가 가능해 초기진화에 탁월하다. 특히 사찰분위기를 고려해 방수총에 나무집을 씌운 점, 콘크리트의 물탱크실을 사찰의 목조건물처럼 꾸민 점이 눈길을 끈다.

▲법주사는 물탱크실을 기존의 14톤에서 200톤(소화전 1대 30분 사용 가능)으로 늘렸다. 사찰분위기를 고려해 사찰의 목조건물처럼 꾸민 점이 눈길을 끈다. 법주사 방화관리자 송영철(55)씨는 "소방시설은 불이 났을 경우 누구나 신속하게 끄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나무집에 방수총이 있음을 알리는 푯말과 사용방법 등을 명시해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주사에는 소화기 111대, 소화전 14개, CCTV 29대, 열감지기 141개, 연기감지기 22개 등이 있으며 내년에는 화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꽃감지기, 광전식분리감지기 등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와 손잡은 재난대응= 내 마을에 대한 애정은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비, 대응에도 긍정 작용한다. 보은군청, 동부소방서, 법주사, 지역주민들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법주사 화재에 대비해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5월 보은군청, 동부소방서, 법주사는 '법주사화재 매뉴얼'을 만들어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했다. 매뉴얼에는 법주사내 목조건축물(팔상전, 원통보전, 대웅전) 화재 시 대응방침, 반출우선순위, 화재진압기술, 각 기관별 대응업무 등이 수록되어 있다. ▲ 지난해 5월 보은군청, 동부소방서, 법주사는 '법주사화재 매뉴얼'을 만들어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했다. 매뉴얼에는 목조건축물 화재 시 대응방침, 반출우선순위, 화재진압기술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법주사와 5분 거리에 있는 속리산119안전센터는 지난해 지역대에서 119센터로 승격됐고 인력을 하루 2명씩에서 4~5명씩으로 보강해 대응력을 높였다.

속리산119안전센터 박찬순 센터장은 "법주사가 숭례문 화재와 같은 화를 입지 않기 위해 법주사, 소방, 지자체가 매뉴얼 제작, 119안전센터 규모 확대, 정기적 합동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의용소방대도 100명으로 타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난 취약 초고층아파트 방재관리시설 강화= 수백명이 몰려 사는 초고층아파트는 재난이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배가 되기 때문에 더 깐깐한 방재관리시설이 요구된다.

지하 3층, 지상 41층의 두산위브더제니스(청주시 사직동)에는 화재자동감지시스템과 수백대의 CCTV, 방화관리자 2명이 24시간 방화관리를 하고 있다.

층층마다 화재감지기, 스프링쿨러, 소화전은 기본이고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비상대피공간이 층마다 2곳씩 있다. 비상대피공간에는 소화전과 스프링쿨러, 비상엘리베이터뿐 아니라 '극기댐퍼'라는 설비가 갖춰져 화재 발생 시 자동적으로 신선한 공기가 대피공간에 유입돼 질식에 의한 인명피해를 막는다. '극기댐퍼'시설이 자동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수동 조작도 쉽게 할 수 있다.

▲ 두산위브더제니스 방화관리상황실에 화재자동감지시스템과 CCTV가 건물의 주요 시설 등에 설치되어 방화관리자 2명이 24시간 방화관리를 할 수 있다. 방화관리시설 중 눈에 띄는 것은 화재가 감지되면 이산화탄소가 분출되는 청정소화약제실. 청정소화약제실에는 개당 200만원의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담긴 80개의 통이 있는데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는 화재 신호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건물의 주요 시설과 각 층으로 연결된 관를 타고 분출돼 불을 끈다. 충북도내에서 5곳뿐인 '헬리포트'도 각종 재난 발생시 신속한 인명구조를 도울 수 있다. 이색적인 것은 옥상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의 출입문이 평소에는 사고예방을 위해 잠겨 있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열린다. 방화관리 담당 안동철 과장은 "방화관리시설도 중요하지만 평소 주민들과 방화관리자가 재난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냐가 방화관리에 중요하다"며 "주민들을 상대로 소화기구 사용과 대피요령 등을 훈련하는 교육을 연2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복 재난에 자체 대응력 키운다= 매도 자주 맞으면 요령이 생긴다고 했던가. 매년 집중호우로 금강 수위가 높아져 범람피해를 입어온 옥천군 동의면 적하리 용소마을은 단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체 재난예방시설을 갖췄다. 마을의 한 중간에 설치된 자연재난 대비 안내판에는 대피소 위치, 대피 방향, 대피준비물, 행동요령, 관공서 연락처 등이 적혀있다. ▲ 용소마을에는 현재의 위치, 대피소와 임시 대피소의 위치, 자연재해 발생 시 행동요령 등이 표시된 '자연재난 대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 하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에는 CCTV가 설치돼 충북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재난상황을 24시간 모니터할 수 있다. 범람이 우려되면 CCTV와 함께 설치된 확성기 를 통해 주민들에게 바로 알려지고 주민들은 고지대에 위치한 대피소로 이동하게 된다. / 김미정·엄기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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