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도권은 국토면적은 12%에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가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막대한 폐해는 사회적 비용발생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거기다 독과점체제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수도권을 옹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 비수도권 지역의 일반적 평가이자 현실이다

세종시의 문제도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더 이상의 폐해를 막기 위해 추진되었던 국책사업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촉진을 위해 범국민적 합의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추진해 온 사업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한 상징사업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 성격에서 기업중심 복합도시로 전환하고자 법률개정과 새로운 대안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한 이러한 일련의 정책과정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그토록 강조되던 소통과 공감의 가치가 어디로 소멸되었고, 그간에 쌓아 온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가치가 이렇게 쉽게 무시되고 폐기되어도 좋은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무차별적인 수도권 규제완화와 세종시 성격의 변경이 그간에 추진되어 오던 국가 및 지역발전정책에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초래하게될지 걱정스럽다.

지난 2003년에 국토연구원 박양호 실장(현 국토연구원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인 지방에 대한 투자가 국가 전체적으로나 수도권 발전에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신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민간기업 지방분산, 지방대학 육성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런 주장을 하던 분들이 현재 세종시 민간추진위에 참여하고 있으니 이 분들에게 지금입장은 어떠한지 물어보고 싶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영향은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려 놓으면서 지방으로 기업이전이 급감하고 있다. 각 지역의 기업유치도 언제든 없었던 일이 될 개연성도 다분하다.

또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의 경우에도 수도권이 블랙홀로 남게 되면서 성공을 가늠하거나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세종시가 기업도시로 변경되면 현재 조성중인 많은 지방산단과 기업·혁신도시의 수요를 흡수하는 제2의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세종시 건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어 중장기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오고 있는데, 정책방향이 바뀌게 된다면 이전의 각종 지역산업 및 지역발전정책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다. 그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규제완화와 세종시 문제가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더디게 만드는 이중 블랙홀로 작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미 비수도권은 공동화로 인해 삶터와 일터가 황폐해지고 있고,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해 주거, 교육, 교통 등 모든 영역의 삶의 질이 척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무차별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와 세종시 수정이 바람직한 일인가. 그리고 지역의 이해 당사자들을 제켜두고 일방적 밀어 붙이기 정책은 수도권의 특정지역만을 위한 독과점적 지위연장과 정치권의 명분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따져봐야한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국민 모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성과 실효성이 담겨 있는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행정적, 정치적 신뢰기반을 상실하여 민심이 이반되기 이전에 말이다.

/정삼철 박사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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