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17일 재계 총수들과 만나 세종시 참여를 위한 세일즈에 나섰지만 재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전경련 회장단과 만찬회동을 갖고 "내가 그동안 언급했던 것은 진정으로 세종시가 국가와 충청에 도움되는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며 "세종시의 자족용지를 확충하고 민간투자자에게 토지를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와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연내에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정부의 다급함은 이해하지만 기업인들에게 세종시로의 이전 및 투자를 마치 구걸하듯 사정하는 모양새 같아 씁쓸하다.

재계 총수들은 정부의 '상당한 인센티브 제공'에도불구, 신중한 반응이어서 세종시 참여를 크게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박용현 두산 회장과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기자들에게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들어보러 왔다"고 답변했다.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정부와 접촉이 없었다"며 "R&D 센터를 포함한 계열사 이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현 동양 회장과,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도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전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혜택과 토지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때문이지만 재계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도시 성격으로 바꾸기로 하고 입주 기업에 대해 취·등록세 및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미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지만 과연 대안 마련이 잘 될지 의문이다.

세종시는 이미 국회에서 수많은 논의를 거쳐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원안대로 추진하면 될 것을 정책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정혼란과 국민분열을 초래해가며 왜 굳이 뒤집으려 하는지 납득이 안간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당초 설계되고 추진 돼 온 것이지 기업도시로 추진 된 게 아니다. 정부는 멀쩡한 세종시를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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