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시절 행정수도이전 문제에 집착했다. 행정수도이전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일부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편법으로 이를 돌파하려고 했다. 필자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 수도권 과도집중 해소, 국토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행정수도이전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의한 일방적인 추진은 반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만큼 한반도대운하에 집착해 많은 환경·교통전문가와 국민 여론이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출하자 4대강 개발이라는 편법으로 이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전임 대통령의 행정복합도시라는 프로젝트는 어떤 허울 좋은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폐기처분될 상황에 처해졌음은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은 왜 지금 한반도대운하, 4대강 개발이 필요한가 의문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금 급박하게 결정해야 할 의제도, 집권자 개인의 의사만으로 결정될 정도의 간단한 의제도 아니다. 현재 우리의 위기의 근원은 청년실업의 증가, 비정규직의 증가, 일하는 빈곤층의 증가, 노동부분의 정치사회적 쇠락, 수도권의 과도집중, 공교육의 형해화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양극화와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전·현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에 있다.

그럼에도 전·현임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사판으로 만드는 대규모공사 프로젝트에 집착하고 있다. 대통령들은 과거의 경부고속도로의 환상에 빠져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변의 반대를 무시하고 경부고속도로건설을 추진했다는 점과 그것이 우리의 발전의 계기의 상징이 된다는 점을 부각시켜 집권자의 결단, 추진력, 리더십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후의 대통령들도 이러한 환상에 빠져 있다. 민주화 이후 현재의 단임제하의 대통령들은 임기중에 이전 대통령들보다 더 나은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뭔가 확연히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과욕으로 거대 토목공사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임자의 거대 프로젝트는 후임자에게는 매력이 없고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는데, 현재의 세종시 문제가 그러하다.

현 대통령의 과거 전력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들의 이런 습성은 현 대통령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은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과욕, 욕심이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핵심인 국민적 합의와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공청회, 환경 등 제문제점에 대한 검토, 면밀한 추진 프로젝트의 구성 등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는 집권자의 의도에 반하는 비효율적인 것으로만 취급된다는 것이다.

대규모 운하가 되었든, 수도의 이전이 되었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이라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도 심각히 그 타당성을 검토해보지 않은 이러저러한 거대한 비전만으로 치적을 위해 자신과 자신의 측근세력이 결정한 거대공사 프로젝트에 집착하게 되면, 그 실패와 손해는 국민들에게 남게 된다. 행정수도 이전, 한반도 대운하, 한미FTA 등은 우리 사회 전반에 나아가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의 중대문제, 다음 세대의 중대문제를 집권자 내지 그 측근세력의 결정에 맡길 수만은 없다. 박정희 정권과 같은 군사정부, 권위주의정부 하에서는 집권자의 의사만으로 모든 결정과 추진이 가능했지만, 민주정부 하에서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집권자의 의사보다는 전반적이고 전문적인 심사숙려를 수반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만약 지금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자신이 결정한 거대공사 프로젝트를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한다면 그는 이미 민주주의 하의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건물을 짓는 공사판에 나온 건축주에 불과하고, 그가 의도하는 것은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라 박정희라는 독재자의 절대적인 권력이었을 뿐이다.

/ 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choiyh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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