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걸핏하면 신문지상에 교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는 난도질하는 글이 실리고 있다. 읽어보면 한결같이 교장이라는 자리가 너무 편한데다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교장이 무사안일하게 처신하는데다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필자는 주장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의 교장을 살펴보고는 그런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일까 싶어 울화가 치민다. 섣불리 리더십 이론을 가져다 붙이며 저보다 세상을 훨씬 더 많이 살아온 교장들에게, 더욱이 이 나라의 풍요로운 오늘이 있게 한 최고의 공신인 평생 교육자들에게, 색안경을 끼고는 오만불손한 용어로 시비를 걸어대는 행티를 바라보노라면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이제, 미친개가 짖는다고 마냥 버려두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몇 자 적어본다. 교장이 되기 이전, 필자는 참으로 바쁘게 생활했다. 체육 지도 교사로, 글짓기 지도 교사로, 연수원과 도교육청의 장학사로,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바쁘게 달려왔다. 그러다 교장으로 나오게 되었기에 조금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부임해 보니 학교 환경이 너무도 열악했다. 어린이들에게 학력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권유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된 환경이었다. 해서, 현안 사업 목록을 작성해 상급 기관의 상사들께 건의를 드렸다. 감사하게도 상사들께서는 이를 모두 수용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사업이 교실 바닥 교체 공사, 화장실 리모델링, 미래형 첨단 교실 구축, 실내·외 도색, 급식소 식탁 및 의자 교체, 보육 교실 구축 등이다. 거기에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까지 지정되어 어린이들이 다양한 혜택을 두루 누리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다 보니 정말 잠시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심지어 여름 방학 중에도 단 하루밖에 쉬질 못했다. 필자의 학교 직원들은 교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교장이고, 다음이 교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분주하게 생활했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교원들을 바쁘게 만든 것도 아니다. 교원들에게 본업 이외의 업무를 부탁하면 수업 결손이 있을 것이 뻔하기에 가능하면 관리자나 행정실의 인력을 동원해 잡일을 처리했다. 특히, 이벤트성 교육을 지양하고, 행사를 대폭 줄였으며, 틈틈이 학력 제고를 부탁했다.

올해, 본교 6학년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본교가 단지 6학년만을 대상으로 학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는 하늘을 치를 듯하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면 운영위원들은 학교 측에 대한 칭송에 입이 마른다.

자랑이 길었다. 팔불출로 지적되어 손가락질을 받아도 좋다.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놓은 것은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교장이 한가하다고 힐난하는 사람들에게 항변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원군 교장단 자율장학협의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가다 운동장의 잡초 제거 방안에 화제의 초점이 맞춰졌다. 필자가 놀란 것은 원로 교장들의 인식이었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기 때문에 교장이 직접 잡초를 뽑더라도 절대 제초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경력 낮은 교장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모든 교장들이 한결같이 정열적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한가하게 소일하는 교장이 없다.

이처럼 대부분의 교장이 진정 이 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데도 무사안일하게 처신하는데다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는 것인지……. 교장이 한가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최창중 남이초 교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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