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샹들리에, 스테인글래스로 번쩍이는 거대한 무도회장, 우리에 갇힌 사자 세 마리와 치타, 갈색 곰이 어슬렁거리는 넓은 정원, 방방마다 눈에 띄는 페르시아 산 카펫, 대형 TV 수상기와 실크 커튼, 마호가니 원목으로 만든 문, 침대로 가득찬 방, 이탈리아 유명양복 브랜드인 카날리의 더블상의, 프랑스제 드레스셔츠, 실크넥타이 등으로 가득 찬 옷장, 은제 식기로 뒤덮인 주방'.

지하 2층에 지상 9층에 잠실 주경기장 면적을 육박하는 기초자치단체 청사 중 최대 규모인 경기도 성남시청 신청사를 '현대판 아방궁'이라고 비판하는 언론의 보도내용 중 한 대목이다.

성남시 청사의 건축비용 예산규모는 2007년 기공식 행사를 할 때에는 1천5백35억 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3천2백억 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이대엽 성남시장은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청사이고 시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결코 호화청사가 아님을 강조했다고 한다.

건물 1층 로비 벽과 바닥은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됐고, 맨 꼭대기 9층에 있는 시장실 내부에는 침대와 샤워시설까지 갖췄다고 하니, 그의 말대로 이건 '호화청사'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초호화 청사'라고 해야 옳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0층 아파트에서 2~3층에 살면 매일 밟히고 사는 느낌이고, 그동안 낮은 곳에 있어서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는 그의 발언을 듣노라면 가히 압권이며 코미디언을 뺨친다.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이후 전국에서 신축된 지방 청사는 59개나 된다.

평균 건축비만 해도 광역시나 도청의 경우는 1천463억 원 수준에 이르고, 일반 시. 군. 구청은 325억 원 수준이다.

새 청사를 짓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과도한 청사 신축은 분명 주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는 것이며,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에도 벗어난 허례허식일 뿐이다.

성남시장실 면적이 광역자치 단체인 경기도지사 집무실보다 크고 장관급 사무실보다도 훨씬 크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점검반은 지난 20일 성남시청을 방문해 서류 및 현장 조사까지 벌였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대엽 시장의 청사 호화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와 여당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사태를 무마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자체의 청사 면적은 해당 지자체 조례로 규정돼 있을 뿐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별로 없다.

중앙권력이 기초자치단체의 청사 면적까지 규제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긴 마찬가지다.

2007년 예산이 2조4천억 원으로 최고 정점에 이르렀던 성남시는 2008년 2조원으로 푹 줄어들더니 내년에는 1조9천억 원으로 내려앉아 '예산 2조 원 시대'가 무너졌다는 보도다.

나비축제로 유명해진 이석형 함평군수는 최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책자에서 "단체장을 세 번째 하고 있지만 관사든 군수실이든 도배를 다시 하거나 사무실에 카펫을 새롭게 깔아본 적이 없다."면서 단체장의 역할과 관련하여 "단체장은 지자체 살림을 하는 사람이므로 내 살림을 한다는 생각으로 아낄 것은 철저하게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예산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청사만 초호화판으로 짓고 있다면 이는 살림을 하는 단체장의 기본자세가 아니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성남시민이 이 시장을 어떻게 심판할 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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