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9년 기축년 달력도 한 달을 더 채우고 나면 경인년(庚寅年) 새 달력으로 바꿔 달게 된다. 연말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우리의 연말은 겨울이다. 햇볕은 바람 없는 양달에서나 따스하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에는 이 따스한 햇볕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돌보는 사람 없는 노인과 어린이 가정이다. 그들은 스스로 노력해도 어려운 경제여건을 개선할 수 없는 절대 약자의 위치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65세 이상의 노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5%로 OECD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체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하는 고령층 가구가 그리도 많다는 의미다. 고령자 가구의 상대 빈곤율이 40%를 넘는 나라는 발표 목록에서는 찾을 수도 없고 31%인 아일랜드가 30%를 넘는 유일한 국가다.

우리의 노인 가구 빈곤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 복지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고 사회 보험도 발달되지 않아서 일 것이다. 또 오늘날 고령인구에 속하는 세대는 자신들은 윗세대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던 반면, 지금의 자신들은 부양받지 못하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경제개발의 밑바탕을 마련하는 데 청춘을 바친 세대이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우리 국민 모두가 뿌듯해 할 정도로 올라있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다. 한 때는 이보다 더 앞서기도 했다. 고희를 맞는 고령 세대의 청년 시절은 외국의 원조 식량을 기다리는 굶주림으로 추운 겨울을 길게 보내야만 했던 가난한 때였다. 그들은 재건을 외치기도 했고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의 역군이 되기도 했지만 단군 이래로 최고의 풍요를 누린다는 대한민국에서 지금은 빈곤층으로 연명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른인 노인이 이러할진대 돌보는 이 없는 소년소녀 가장의 처지는 더욱 딱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기도 한다. 이들이 한 겨울을 춥고 서럽게 보내는 나라라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복지 정책도 절대 빈곤층에 대해서는 많은 도움을 제공하는 여러 가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선진국이라 해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을 국가가 모두 일일이 챙기고는 일은 쉽지도 가능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선진국에는 우리보다 잘 발달된 기부문화가 있다. 그들의 기부문화는 세계 제일의 갑부로부터 어린이의 코 묻은 동전까지 일상생활 속에 배어있는, 그야말로 일반화돼 있는 당연한 일이 돼 있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 경제규모 50위 이하의 국가보다도 적게 기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 맞추는 한국을 창피하다고 언급할 정도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부 뿐 만아니라 민간도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열정적인 이들이 많아졌다. 김장훈과 같은 인기 연예인들과 사회로의 환원을 선언하는 기업가들이 그들이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 유니세프와 같은,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도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후원자로 등록된 이들이 많은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배려하는 사회라면 사랑이 넘치는 살만한 세상이다.

/류연국 충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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