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TV를 시청한 충청권 사람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원래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원칙이다.
'대화의 귀재'라고 불리는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산파술의 요체도 첫째는 질문이었고, 두번째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7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는 오로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장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결국 불나는 곳에 기름을 쏟아부은 꼴이 되어 후폭풍만 양산해내고 있다.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은 당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이완구 충남도지사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충남도의원 중 21명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이 지사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연기군민들은 세종시를 방문한 정운찬 총리에게 화형식과 함께 계란세례로 분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으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친박계와 연대해 세종시 수정안 방침에 대응함과 동시에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충청권 비상대책위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연말정국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과 단체장들을 향한 탈당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국가와 정치권이 법률로 합의한 세종시를 추진하지 않고 난데없이 수정안을 제시하자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국민이 정부나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사이에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시행하려고 해도 믿지 않게 된다.

지금 정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세종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안대로 추진하면서 신뢰성을 회복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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