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의 조상은 약 1억4천만 년 전 백악기 초기에 살았던 식물로 추정된다. 오늘 우리가 재배하는 벼는 2~3백만 년 전에 야생벼로부터 한 종은 사티바종으로, 한 종은 그라베리마종으로 각각 진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티바종이 자포니카형과 인디카형으로 발달하였는데, 자포니카형은 쌀 모양이 둥글고 익어도 종자가 잘 떨어지지 않고, 밥을 하면 차진 것이 특징이다.

인디카형은 인도에서 재배된 품종이라는 의미이다. 자포니카형은 일본에서 재배된 품종이라는 의미인데 분류한 학자가 일본 사람이어서 붙게 된 이름이다. 본래는 차이니카라고 해야 당연한 것이다. 자포니카에는 식민지의 아픔과 지배자의 오만함이 배여 있다.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의 볍씨는 1만2천5백 년 전부터 1만7천 년 전 것으로 현대 벼와는 다른 고대 벼이다. 벼농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다루왕 6년(AD 33년) 정월에 하금국(下金國) 남주군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려시대까지도 콩이 주된 식량자원이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야 쌀을 주식으로 먹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토종벼는 논벼 1천259종(메벼 876, 찰벼 383)과 밭벼 192종(메벼 117, 찰벼 75종)으로 1천451종이었다. 하지만 일제가 일본 벼를 도입하면서 1935년에 55종만 남았다가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쌀의 일반 영양성분은 백미의 경우 가식부 100g당 76.8g,당질, 단백질 6.8g, 지방 1.0g, 조섬유 0.4g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분 함량은 약 0.5㎎/100g이 함유되어 있다. 무기질은 인과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철분 등이 함유되어 있다. 마그네슘과 칼륨의 비율은 밥맛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외에도 인체에 중요한 여러 가지 비타민과 식이섬유의 공급원이며, 비타민 B, B2 등 비타민 B복합체가 풍부, 비타민 E , 엽산, 니아신 등이 있다. 쌀은 콜레스테롤 저하효과, 항산화, 혈압조절, 당뇨병 예방, 암 예방 효과 등이 있다고 한다.

쌀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식민지 시대 나라를 잃고 중국과 러시아등지로 떠돌던 우리 선조들이 품에 안고 간 것은 아마도 우리 토종벼였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조선 재래벼는 가뭄에도 싹이 잘 나오고 잘 자란다. 그리고 비료를 주지 않아도 수량이 많이 나오고 밥맛이 좋다고 평했다.

가뭄과 서리, 천수답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수천 년을 적응해 온 재래품종들이 지금은 단 한 종도 남김없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옛 선조들의 눈물과 한숨이 고스란히 배여 있는 쌀은 엄밀히 말해서 없는 것이다.

광복 50 여년이 된 지금도 농업은 여전히 일본의 영향 아래 있다. 딸기, 벼, 방울토마토 등등, 종자 대부분의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된 품종보다는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있다. 종자주권이 회복되지 않으면 농업의 장래는 보장받기 어렵다. 벼도 로열티를 달라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한 해 애써서 거둔 쌀이 도청 정문에서 쓸쓸히 겨울비를 맞고 있는지도 한참이 되었다. 쌓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있게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다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행여 쌓여 있는 쌀더미에 물이라도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는 이는 청원경찰들뿐이다.

쌀을 배불리 먹은지는 기껏해야 30년 정도이다. 세상이 변하여도 언제나 소중할 것 같은 쌀이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농업도 애물단지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과연 이러한 시각이 옳은 것일까?겨울비가 세차게 들이닥친다. 온 몸이 소슬하니 더욱 추워진다. 아! 쌀이여! 농업이여!

/우장명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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