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九曲)은 산수경관이 빼어난 곳에 아홉 개의 구비를 설정 한 것을 말한다. 충북 관내에는 지금까지 22개의 구곡이 발견되어 있고 그중 괴산군에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7개의 구곡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청천면 화양동의 화양동구곡은 한국 최고의 문화산수에 철학적 사유를 표상화하고 우암학맥(尤庵學脈))의 본산으로 권상하, 정호등 유명한 인물들이 그 문하에서 배출된 곳이다.

이외에 퇴계 이황의 전설이 깃든 청천면 선유동의 선유동구곡, 충청도관찰사를 지낸 서경 유근의 괴산읍 제월리 고산구곡, 조선 중종조 영의정을 지낸 노수신의 후손 노성도가 설정한 칠성면 사은리 연하동구곡, 칠성면 쌍곡 일원의 쌍계구곡. 연풍면 일원의 풍계구곡, 칠성면 갈론의 갈은동구곡이 있다.

갈은동구곡은 1999년 괴산향토사연구회가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연구 조사하여 괴향문화 제7집(2000년발행)에 특집화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진바 있다.

당시 특집에는 갈은동구곡의 지명과 주변문화재와 전설(김근수), 갈은구곡과 갈은구곡시(이상주), 갈은구곡 마애 각석에대한 서법 미학적 고찰(송종관), 한 선교사가 피신했던 갈은동(음재승), 갈은동구곡 답사기(김순영)와함께 화보를 종합하여 게재하였다.

갈은동구곡은 괴산의 유림 전덕호(1844~1923)선생이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의 명칭은 물론 구곡마다 시를 바위에 새겼다. 제1곡 갈은동문에서 제9곡 선국암까지 9개의 갈은구곡명칭과 갈은구곡시를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등 다양한 서체로 암각해 놓은 전국 유일의 구곡이다.

더욱이 다양한 서체로 암각한 사례도 이제껏 없었으며 갈은구곡 시는 한시의 표현기법은 물론이고 다양하고 특이한 한자서체를 연구할수있는 특이한 사례로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희귀한 문화유적이다.

제9곡 선국암(신선이 바둑두는 바위)의 한시에는 옥녀봉두일욕사(玉女峰頭日欲斜)): 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 가건만/ 잔기미료가귀가(殘棋未了各歸家): 바둑은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 갔네/ 명조유의중래견(明朝有意重來見)): 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금 찾아와보니/ 흑백도위석상화((黑白都爲石上花)): 바둑알 알알이 꽃되어 돌위에 피었네/ 이렇게 아름다운 시와 함께 선국암에는 실제 바둑판이 새겨져 있으니 갈은동구곡은 한시학습의 야외 강의실이며 서체 연구의 자연학습장이고 신선이 바둑을 두는 모습은 자연과 함께 인간의 한가로움을 즐겨 보는듯하다.

괴산군에서는 지난 수 십년간 오랜 세월로 흙더미와 잡초에 묻혀있던 제1곡 갈은동문에서 제3곡 강선대 까지의 기암절벽을 절벽정비 전문가를 포함한 연인원 200여명을 투입하여 본래의 모습을 찾아내 구곡문화의 보고(寶庫)를 세상 밖으로 선보여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으니 이 기쁨을 찬사와 함께 큰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난 8월에 중원대학교 학생들과 큰 버스를 타고 문화유적 답사를 갔었는데 한참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괴산향토사연구회원들과 다시금 답사해보니 자연의 신비함과 함께 기암절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복원사업으로 본래의 보습을 하고 다가선 자태에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된 우리의 답사와 더불어 구곡의 본향 괴산을 더욱 빛나게 할 것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잘 정비된 갈은동구곡마다 새겨진 한시(漢詩))를 우리말로 번역한 안내문이 구곡마다 세워지고 안내 표식으로 구곡을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근수 중원대학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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