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무심천 도로를 달리다 보면 흥덕구 사직동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가 불을 밝히고 있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36층 규모의 두산위브제니스는 청주권 아파트문화에 초고층시대를 열었다. 청주시내 아파트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70년대 중반 내덕동에 청주시립아파트가 첫 선을 보인이후 아파트는 주거문화의 대세가 됐다.

국내에 아파트가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 돼지 않았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가 쓴 '아파트에 미치다'라는 책을 보면 초기 아파트 준공식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해 축사를 했음에도 분양이 안돼 안전성을 입증하기위해 몰모트실험에 인체실험까지 했다고 한다. 1971년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선 입주초기 '엘리베이터걸'을 두고 중장년 입주자들에게 사용법을 설명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자 신분의 척도가 됐다. 청주도 주거문화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투기붐은 청주도 예외는 아니다. 7년전 청주시 봉명동 현대I파크 분양을 시작으로 용정지구, 산남지구, 오창학산업단지, 강서지구까지 한동안 분양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기도 투기지만 전통적인 주거양식인 단독주택 대신 아파트가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첨단인테리어로 화려하게 장식된 모델하우스는 서민들에겐 로망이었다. 더구나 '부동산불패'신화는 투기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이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새 아파트를 장만하겠다는 서민들이 줄을 이었다.

아파트 열풍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기형적인 도시개발정책을 낳았다. 지금 청주시내에는 동네마다 재건축조합이 없는곳이 드물정도다. 급격한 도시화과정에서 무질서하게 정착한 지역이나 과거 급조된 노후주택지역의 주택환경을 개선하자는데 이의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도시기능의 현대화와 불량한 주거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사업은 재고주택의 개량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도시내 택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무분별한 시가지 확산은 교통문제, 도심부 공동화, 녹지 및 농지잠식 문제 등을 낳고 있기에 도시내부 공간의 적절한 재활용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작정 도시주변을 개발하는것 보다는 낙후된 도심재활용이 낫다는 논리다.

하지만 청주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비전문가인 필자의 시각으로도 경제적인 논리나 도시환경측면에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청주시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모두 36곳에 걸쳐 6만3천810세대에 달한다. 당연히 청주시는 아파트숲으로 뒤덮일 것이 뻔하다. 물론 모든 지구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절반만 추진해도 18곳 3만2천세대다.

지금도 아파트는 공급과잉이다. 비교적 좋은위치에 있다는 신성 미소지움 부지가 분양도중 부도가 발생해 2년째 부지만 파헤쳐진채 흉물로 남았다. 최근에 분양된 일부 아파트는 분양가 밑으로 거래되고 있다.

청주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청주·청원이 통합된다고 해서 인구가 유입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웃 일본이 그렇듯 인구감소는 우리나라에서 더 두드러진 현상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것은 청주가 도시환경적으로 아무런 특색이 없는 짝퉁도시, 얼치기 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청주시는 '맑은고을 녹색청주'라는 기본전략을 제시하고 도심내 녹지벨트구축, 택지개발지구내 도시농원조성, 도시녹지확충등을 추진과제로 제시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주가 명품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의 컨셉을 새로 잡아야 한다. 청주의 미래환경은 장기적인 청사진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있다.

/박상준 경제 부국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