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교육평론가

한병선 교육평론가
거품이 부동산에만 끼어있는 것일까? 아니다. 곳곳에 끼어있다. 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것도, 전셋집에 살면서 고급 자동차를 타는 것도, 내용보다 포장을 좋아하는 것도, 모두 거품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이런 '거품증후군'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학벌주의는 또 다른 '포말리즘'

'포말리즘(formalism)'이다. 허례허식주의다.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크게 미쳐온 탓이다. 유교 이데올로기는 현실 속에서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형태로 반영된다. 몇 가지 사례다.

학벌주의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실질적, 심리적 자본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모두가 학력(學力)이 아닌, 학벌에 집착한다. 학벌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적 대접을 받기는 어렵다.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나 신촌리그인 'YES대(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정도는 나와야 된다고 말한다. 이들 대학들은 실제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위권 '학벌상품'이다.

다른 나라라고 학벌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학벌주의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학벌주의는 우리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이 느슨한 형태의 방계적 특징을 갖는다면 우리는 직계 혈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우리가 남이가'로 축약될 수 있는 독특한 한국적 학벌주의 형태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간판이 좋은 학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루저'사건도 '포말리즘'의 맥락

학생들에게도 거품이 끼어있다.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이 이리도 많은지, 좋은 옷 입고, 좋은 구두신고, 마치 모델처럼 꾸미고 학교에 간다. 공부하러가는 모습이라기보다는 파티에 가는 모습이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쉽게 드러난다. '리얼실험 프로젝트 X-2008' 란 제목으로 방영된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라. 이들은 한국학생들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한다.

성형열풍은 어떤가. 너도 나도 성형대열에 선다. 다치거나 사고에 의한 상처를 복원하기 위한 성형이 아니다. 모두가 예뻐지기 위한 미용성형이다. 여기에 외모도 경쟁력이란 왜곡된 풍조들이 생기면서 청소년들까지 합류하고 있다. 내면보다는 외적으로 보여 지는 것. 내실보다는 가시적인 것을 중하는 것, 분명 우리 사회의 거품이다. 최근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건도 있었다. '루저(loser;패배자) 발언 파문이다. 신장 180Cm 이하의 남자는 모두 실패자거나 낙오자란 의미의 발언이 공중파를 타고 나올 정도로 외모중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의식전환이 사회적 과제

모두 대학을 가는 것도 거품이다. 우리사회에서는 막노동을 해도 대학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대학에 진학한다. 그 결과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82%다. OECD국가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무엇이던가?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말 그대로 학력거품이 끼어있는 셈이다.

거품은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은 다시 거품을 낳는다. 거품의 속성이다. 이제는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능력과 실질을 숭상할 수는 없을까? 남에게 보여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것을 채울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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