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재정없이 건전한 정부 없고, 건전한 국가 없다"

2007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관한 지자체 예산과 관련한 연수에서 국회예결특위 수석전문위원이 절규하듯 강조한 말이다.

예산낭비에 중점을 둔 당시 연수에서 전국에서 모인 기자들은 지역 사례를 토의하고 전문가 특강과 미국의 관련 기관을 취재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경제학의 금언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로 귀결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국민 돈으로 폼 잡으려는 공짜심리가 최근 충북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보여지고 있어 안타깝다.

충북도교육청에 대한 교사위의 예산안 심의에서의 일이다.

A의원이 자신이 모교 리모델링 예산 편성을 문제 삼았다. 후관 실습동 리모델링 예산 14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뜻 모교 예산을 삭감하자니 얼마나 양심적인 발언인가.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본관을 함께 리모델링 못할 바에야 차라리 후관만 편성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억지논리가 숨어있다. 바로 며칠전 행정사무감사에서 청주시내 다른 고교와 형평성을 거론하며 이 학교 출신 동료의원으로부터 비난을 산 일이 재현된 것이다. 이번에도 도교육청 담당자는 학교 건물은 45년이 지나야 건물을 리모델링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본관은 3년 후 리모델링 대상이라는 설명을 듣고서도 막무가내 주장은 한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결국 A의원은 이 학교 동문회장과 학교장으로부터 예산삭감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삭감을 않기로 결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날 교사위는 옥산초등학교 단설유치원 사업비 30억원에 대해선 격론을 벌인 끝에 삭감키로 결정을 했다. 도교육청은 국가보조금 30억원을 반납하거나 아니면 내년 추경에서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강원도는 국가사업인 '농산어촌 적정규모 공립유치원 육성계획'에 따른 같은 사업비 편성이 무난히 통과될 전망으로 충북과 대조적이다.

국가보조금이라고 눈 먼 돈은 결코 아니다. 충북도의회는 비슷한 환경의 동일 사업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은 이유에 대해 답해야 한다. 항간에 제기되는 옥산 보육시설 종사자들의 반대 입장을 들어준 것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도교육청이 이 지역 학부모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0% 찬성 여론을 무시할 만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요구한다.

학술적으로 예산낭비는 '의도되었거나 의도되지 않았거나 공공재정 운영의 흠결로 말미암아 국민경제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부담을 유발시키는 행위나 제도'로 정의된다.

예산낭비 원인에는 국민 돈으로 폼 잡는 선심성 낭비가 있다. 정치적 논리로 인한 투자배분의 왜곡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과정에 의한 예산낭비도 심각하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교한 분석과 판단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졸속으로 편성 집행되는 예산이다.

예산낭비 원인에는 무능력도 포함된다. 예산집행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해당된다. 예산을 분석하는데 가장 우선할 것은 집행부서의 정책현안에 대한 파악이다. 혹여 교사위가 사회적 흐름을 간과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길 당부한다.

고전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아무리 위대한 국가일지라도 민간 낭비에 의해서는 큰 피해가 생기지 않으나, 공공부문의 낭비는 망하거나 가난해질 수 있다"고 적고 있다. 230여년전 그의 충고를 우리는 지금 다시 되새겨야 한다.

멋지고, 풍요로운 우리의 터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예산의 주인임을 잊어선 안된다. '돈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균형과 비례의 감각을 잃어서는 안된다. 충북도의회의 현명한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박익규 문화체육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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