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는 어울리지 않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스크랩북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필자가 1999년 7월에 청탁을 받고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회보의 창간호에 실었던 잡문을 다시금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 전문을 소개해 봅니다.

교단이 이처럼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던 적이 일찍이 있었을까? 작금의 교육계를 돌아다보면 잔뜩 물 먹은 솜처럼 푹 가라앉아 있다. 정년 단축, 보수 삭감, 학부모의 체벌 시비, 학생들의 교권 도전, 교육부 수장의 부하 직원 헐뜯기 등으로 이어진 교권 흔들기는 이제 더 나아갈 곳이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더럽고 아니꼬워서 못해 먹겠다'며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것이 아니던가.

다행인 것은 철저히 학부모의 편만 들면서 교원을 개혁의 주 대상으로 삼아 몰아치던 정치인 수장이 물러난 뒤 그 뒤를 이어받은 새 수장이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답게 잘못 굴러가는 바퀴를 제자리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허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원래대로 돌리기가 어디 그리 수월한 일인가.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와중에도, 이 땅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2세 교육에 진력하는 것이 이 땅의 교육자들이다. 정치인들이, 혹은 정치적인 교육자들이, 제 아무리 날뛰어도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것이 이 땅의 교육자들이다. 아무리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썩지 않은 부분이 교육계라는 자존심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채 학처럼 살아가는 진정 깨끗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속으로 쌓인 울분을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보란 듯이 뭉친 힘으로 나타내 본때를 보일 것이라는 오기도 품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기억하라! 교원을 경시하다가는 어금니를 물고 있는 요즘의 교원들에게 보기 좋게 보복을 당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교원은 지금 어금니를 물고 있다'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던 잡문인데 읽다보니 문득 내년이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루어지는 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원들이 다시금 뭉친 힘을 발휘해 본때를 보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눈앞에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역대선거정보시스템을 찾아들어가 2006년에 있었던 제4대 지방선거의 충북지역 자료를 세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선거구별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 차이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일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제외하면 그리 큰 차이가 나지를 않았습니다. 많은 선거구에서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거 재미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충청북도교육청 소속 교직원의 총수는 대략 2만여명이 됩니다. 여기에 요즘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비정규직의 숫자까지 더한다면 줄잡아 3만명이 넘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가구별로 유권자수를 3명으로만 하여 계산한다 해도 총유권자수는 9만여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친척을 더한다면 그 숫자는 더욱 불어나겠지요. 때문에 이들이 뭉쳐 의견을 통일한다면 그야말로 파괴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교육계는 특성상 학부모들과 항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역대 정권들이 무리한 국가 시책을 밀고나갈 때면 반드시 교육자들을 등에 업으려고 시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어때요? 지방선거에 뜻을 두신 모든 분들! 교육계가 위와 같은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집단인데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고 싶지 않으십니까?
/최창중 청원 남이초 교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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