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출발하였다. 시골에서 뮤지컬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일행 중에 뮤지컬 공연 관람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차라리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현대인으로서 뮤지컬이 어떤 것인지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으리라 생각된다.

1000여석을 갖춘 극장으로서는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서 좌석이 거의 45도 각도로 배치되다 보니 우리가 예매한 자리는 맨뒷자리라 마치 하늘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4만원짜리 최저가 좌석에 앉은 우리가 15만원에 예약한다는 앞자리를 처음에는 열등감을 가지고 보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리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과연 자기 자리의 가치를 알고 그 자리에 맞게 서로 다른 감동과 보람을 얻어가는 것인가? A석에 앉은 사람들은 뒤를 보며 우쭐하는 마음이 생길수 있겠지만 15만원을 투자해서 150만원의 결과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오지 않으니만 못한 마이너스의 결과를 낳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인간의 자리는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그 자리의 절대적 가치를 신봉하며 남보다 나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다투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세상의 모습이 아닌가? 어차피 인생은 사람마다 위치가 다르게 마련이고 현재 내가 처한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위치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A석이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제일 높은 자리에 위치한 싸구려 좌석의 열등감이 눈녹듯 사라지고 만다.

웅장한 무대 장치와 음향,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들에 압도되어 지루할 것 같던 3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말았다.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를 보면서 나는 과연 내 자리에서 얼마의 가치를 만들어 내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뮤지컬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해서는 안될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해서는 안될 일이란 남에게 방해되는 행동이며 꼭 해야 할 일은 감동의 순간에 때를 맞추어 격려의 박수와 호응을 해주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은 호응에 적극적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남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자제할줄 알지만 박수와 호응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좋은 관객이 되려면 이 두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의 공연에서 1000여명의 관객 중에는 어린 아이들, 청소년,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휴대폰이 울려퍼지거나 떠드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조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2년 월드컵때 온 나라를 흥분하게 했던 붉은 물결의 함성과 감동이 다시금 느껴지고 우리 민족의 저력과 함께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가슴 속에 잔잔히 전해져 온다. 더욱이 감동적 장면에서 박수 치고 격려하는 관객의 태도는 남의 단점을 물고 뜯는 우리의 세태에서 볼 때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가족, 동료들의 단점과 직장의 불만을 찾아내려는 부정적인 눈, 시기하는 마음들을 모두 버리고 서로 상처주지 않고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주는 가족, 서로 좋은 점을 찾아내어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는 희망찬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문화 생활이 점차 확산되면 언젠가 그러한 사회가 우리 곁에 다가오지 않을까?

/이상준 삼성중학교장·수필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